땅값에 차이가 있듯 지하철역에도 급이 있다. 최대 유동인구를 가진 곳, 대형 주거단지 역세권, 대형 지하철 상권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지하철역의 가치가 정해진다.
연간 25억명이 지하철을 이용하는 만큼 서울은 지하철역 중심으로 발달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에서 장사를 시작한다거나 주거지를 구하는 사람은 지하철역만 제대로 파악해도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메트로신문이 서울 지하철역의 가치를 분석했다. .
◆최고가는 '고속터미널'
서울시와 서울메트로(1~4호선),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는 얼마전 12개의 지하철역 이름을 판매했다. 지하철역 명에 입찰자의 이름을 병기하는 방식으로 을지로입구역, 방배역, 역삼역, 홍제역, 압구정역, 충무로역, 명동역, 강동역, 서대문역, 청담역, 고속터미널역, 단대오거리역 등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시행했다.
서울시와 양 공사는 용역을 통해 각 역에 대한 원가를 조사했다. 판매기준가를 정하기 위해서다. 1위를 차지한 고속터미널역의 가격은 5억1437만원으로 책정됐다. 유동인구만 따져보면 역삼역, 을지로입구역 등과 비슷했지만 고속터미널역은 가격은 두 역보다 1~2억원 높게 책정됐다.
평일에는 유동인구 5위권 밖이지만 3호선, 7호선, 9호선 3개 호선이 지나가기 때문이다. 특히 주말에는 유동인구가 두번째로 많은 역(하루평균 9만3101명)으로 변했다. 3개 호선에 출구만 10개다. 고속터미널역의 이름을 구매하면 3개호선의 안내방송에서 기업이나, 단체의 이름을 불러준다.
또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터미널 내부에는 식당가, 쇼핑몰이 입점해 있으며 바로 옆에는 최근 새단장을 마친 신세계백화점이 위용을 자랑한다.
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고속터미널을 이길 수 있는 역은 강남역이나 홍대입구역 정도일 것"이라며 "유동인구뿐 아니라 상권도 잘 조성됐으며 지리적 위치도 뛰어나다. 이곳에 기업의 이름을 병기표기할 경우 노출회수도 굉장하다"고 말했다.
판매 대상 12개 역중 2위는 충무로역이다. 기준가격은 4억6000만원이다. 3,4호선 두 개 노선이 지나며 8개의 입구를 갖고 있다. 인근에는 다양한 맛집이 들어서 있으며 문화의 거리로 불리는 만큼 유동인구도 많다.
매일 아침 출근인구로 가득찬 역삼역이 3위를 차지했다. 3억8985만원으로 2호선 단일 노선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유동인구로 높은 가격이 책정됐다. 인근에는 수 많은 기업들이 들어섰으며 토지 공시지가까지 포함돼 3억대의 가격이 책정됐다.
국내 최대 외국인 방문지인 명동의 을지로입구역과 명동역은 각각 3억4441만원, 3억 1818만원으로 정해졌다. 연간 1000만명에 가까운 외국인들이 명동을 방문한다. 그중 70% 이상이 중국인 관광객이다. 명동거리를 포함해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이 입점해 있다. 공시지가도 전국 1위다.
과거 '부자동네'로 통하던 압구정역과 청담역이 각각 3억1081만원, 2억7778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유동인구는 많지 않지만 대규모 주거단지가 위치하며 일명 '큰손'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인근에는 현대백화점이 위치해 있다.
위 12개 역이름 판매 대상의 기준 가격은 유동인구, 지리적위치, 주변상권, 역이름 노출횟수, 역 회계자료 등을 고려해 책정됐다.
현재까지는 일부만 판매대상이지만 올 하반기 추가검토 후 역이름 판매 대상을 늘릴 예정이다. 하루평균 15만명의 유동인구 1위 강남역, '젊음의 거리'이자 최대의 상권을 가진 홍대입구, 최대 주거지역 신도림역 등이 높은 가격에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하철역 항아리 상권을 주목하라
역세권은 지하철이나 전철 등 유동인구가 많은 역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상권으로 해당 역 주변 인구를 수요층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고수익·고비용 상품이다. 역세권에서는 상가가 많은 유동인구를 흡수할 수 있는 만큼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전문식당이나 프랜차이즈 업종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항아리 상권은 특정 지역에 상권이 한정돼 더 이상 팽창하지 않고 소비자들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지 않는 상권을 뜻한다. 유동인구는 적지만 한정된 지역에서 안정적인 수요를 갖춰 일정 수요가 꾸준히 유지되면서 소비층이 외부로 잘 유출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아파트 단지 등의 안정적인 고정 배후수요를 확보하고 있어 학원이나 병·의원 등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지하철역의 특성에 따라 고수익·고비용의 프렌차이즈를 할 것인지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할 것인지 판단할 수 있다. 우선 유동인구가 많은 역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역세권 상권'은 고수익으로 유명하다. 다만 임대료 등의 지출도 그만큼 크다. 또 입점하기도 쉽지 않다. 홍대입구역, 용산역, 고속터미널역, 신림역이 대표적이다. 고객 회전이 빠르고 주변인구가 모두 수요층이라는 것이 장점이다.
반면 신도림역, 노량진역, 서울대입구역, 압구정역 등 주거지를 기반으로 하는 곳은 학원이나 병원 업종이 강세다. 임대료를 낮추기 위해서는 천안, 판교 등의 경기지역 지하철역도 추천한다. 이곳에서는 일명 '항아리 상권'이 형성된다. 지역기반으로 상권이 형성돼 사업이 팽창하기는 어렵지만 소비자들이 빠져나가지 않는다.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곳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상가의 성공여부는 집객력에 달려있다. 역의 특성을 파악한 후 조건에 맞는 선별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