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12, 13일 전환사채(CB)를 공모한 아이에스동서. 회사는 CB로 1500억원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개미들이 대거 몰리면서 흥행 대박을 냈다. 약 5조7225억원의 청약증거금이 몰렸다. 청약건수는 3174건, 최종 경쟁률은 38.06대 1에 달했다. 주간사인 동부증권 관계자는 "향후 실적 등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며 "1분기 아이에스동서는 주택 분양 사업의 성공에 힘입어 영업이익 581억원, 당기순이익 408억원을 올리며 호실적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회사채 막히자 기업들이 주식 관련 사채로 눈을 돌리고 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투자자들도 사채 투자에 적극적이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환사채권발행결정 공시를 낸 유가증권 상장사는 49개, 코스닥 상장사는 165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25개, 91개보다 늘었다.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공시한 기업도 유가증권 1개사, 코스닥 10개사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코스닥 3개사와 비교하면 급증한 것이다.
이는 회사채 시장이 경색되면서 자금조달 수단으로 주권관련사채권을 선택한 기업이 늘어난 탓이다.
태희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올해도 기업 신용등급 하향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회사채 시장이 계속 어려우면 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CB나 BW를 활용하는 쪽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회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것도 이런 현상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 상·하향 배율은 0.16배로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신용등급 상·하향 배율은 등급 상향조정 기업 수를 하향조정 기업 수로 나눈 값으로, '0' 에 가까울수록 신용등급 상향보다 하향 조정 기업이 많았다는 의미다.
기업들은 자금 조달을 위해 올해 주주총회에서 정관에 주식연계채권 발행 근거를 마련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정관 변경을 통해 CB와 BW 발행 한도액을 각각 기존 8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확대했다. 이사회가 신기술 도입, 재무구조 개선 등 회사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하다면 주식연계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면세점 사업에 새로 뛰어들면서 공격적인 자금 조달이 가능하도록 일종의 '버퍼'를 쌓은 것이다.
한화그룹 지주사인 한화와 한화케미칼도 정관 변경을 통해 이사회 결의로 발행 주식 총수 대비 2분의 1 범위에서 전환주식, 상환주식, 의결권 배제 주식 또는 이를 혼합한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풀무원도 CB와 BW 발행 한도액을 각각 500억원에서 1500억원으로 세 배 늘렸다. 하나투어도 CB 발행 가능액을 3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BW 발행 가능액도 2000억원으로 증액했다.
노루홀딩스는 정관 변경을 통해 발행 가능한 주식에 기명식 종류주식을 추가했다.
전문가들은 CB, BW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B나 BW를 발행하는 기업은 신용등급이 낮아 일반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운 곳이 많아서다.
증시 전문가들은 "CB나 BW는 일반적으로 주가가 내릴 때는 채권 이자를, 주가가 오를 때는 이를 행사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상황이 달라지면 현대상선 꼴이 날 수 있다"며 "특히 기업가치가 좋은 기업의 경우 권리 행사시 경영권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