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김승호 기자]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분야에서 아이마켓코리아(IMK)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
IMK는 대기업들의 골목상권 침해가 화두로 떠오르던 2011년 당시 삼성그룹에서 인터파크로 주인이 바뀌면서 지위도 대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이에 따라 감시 눈초리가 IMK를 빗겨갔고 이후 시장을 종횡무진 누비며 업계에서 독보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IMK의 유일한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LG서브원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한터라 빼도 박도 못해 홀로가는 IMK를 마냥 쳐다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업계내에서 IMK보다 몸집이 훨씬 작은 엔투비(포스코), KT커머스(KT), DKUNC(동국제강) 등도 대기업집단에 포함돼 있어 시장 감시망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IMK는 지난달엔 동반성장위원회(동반위)가 진행하고 있는 'MRO 구매대행업 상생협약'에도 참여하지 않기로 입장을 표명, 업계로부터 눈총을 받기도 했다.
한마디로 MRO 업계에서 '미운 오리'가 된 셈이다.
◆규제 피해 성장 '쑥쑥', 공격적 M&A도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IMK는 주인이 바뀐 2011년 당시 1조6823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3조1439억원으로 5년새 87%나 증가했다. 이 가운데 계열사를 제외한 본사 MRO 부문 매출만 2조6050억원이다. 여기서 삼성그룹 매출이 2조969억원으로 80%를 차지, 절대적이다.
삼성그룹은 IMK를 품에서 떠나보내면서 5년간 물량을 보장키로 약속했었다. 이에 따라 2012년부터 매년 약 2조500억원 정도의 MRO 물량을 IMK에 몰아줬다. 올해가 당시 약속한 마지막 해다.
IMK가 경쟁사 대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은 국내 MRO 실적만 보더라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2011년 당시 국내 매출이 1조3204억원에 그쳤던 IMK는 지난해 2조1113억원으로 훌쩍 뛰었다. 연평균 성장률만 12.5%에 달한다.
반면 LG서브원은 같은 기간 2조5191억원에서 2조5863억원으로 국내 매출이 거의 제자리 걸음을 걸었다. 광동제약 계열의 MRO사인 코리아e플랫폼(KeP)은 5536억원(2011년)에서 4679억원(2015년)으로 오히려 매출이 줄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MRO 시장 추이를 엿볼 수 있는 기업간(B2B) 전자상거래 규모가 2010년 747조원에서 2013년에는 1095조원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처럼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대기업 계열 MRO사와 달리 '대·중소기업 상생'이라는 발목이 잡히지 않은 IMK만 거의 유일하게 과실을 따먹고 있는 셈이다.
IMK는 또 2014년 2월에는 의약품 구매대행을 하는 안연케어를 인수했고, 지난해 초에는 중견 MRO사인 큐브릿지를 사들이는 등 몸집을 키우고 있다. 여타 경쟁업체들이 눈치를 보며 손가락만 빨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MRO 업계 한 관계자는 "2011년 당시 업계 9위의 대기업은 MRO 사업영역 규제를 받았지만 업계 2위인 IMK는 (주인이 바뀌면서)제한을 받지 않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었다"면서 "동반위가 MRO 상생협약에서 IMK까지 포함시키려고 하고 있지만 참여를 거부하고 있어 업계에선 눈엣 가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독주'에 업계선 눈총, IMK "할 말 많다"
동반위는 사각지대가 생기고 형평성 논란이 일자 2011년부터 적용해온 MRO 가이드라인을 MRO 상생협약으로 전환했다. 동시에 감시의 대상을 대기업에서 중견기업까지 확대키로하고 시장 점유율에서 수위를 다투는 IMK를 우선 리스트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
동반위 정선용 실장은 "골목상권 침해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MRO 분야에서도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모두 상생협약에 참여해 동반성장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간다는게 동반위 입장"이라면서 "협약 참여에 반대한 IMK측에 공식 의견을 요청해 놓은 상태로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IMK측도 할말이 많다.
IMK 남인봉 전무는 "대기업 MRO사들과 같은 잣대를 놓고 상생협약을 체결하는 것은 반대다. 하지만 (IMK가)시장 지배력이 있는 만큼 중소 MRO사들과 별도의 상생협약에 동참할 의지는 충분히 있다. 1만개가 넘는 공급사들이 모두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현재도 상생모델을 만들며 동반성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 전무는 또 "3000억원 미만 기업들에 대해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한 규제도 문제다. 문어발식으로 공격적 확장을 못하도록 방지장치를 두되 금액, 매출 등 기준에 따라 추가 영업할 수 있도록 합리적 방안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IMK의 '독주'와 업계의 '시기'가 공존하고 있는 가운데 IMK가 올해까지 삼성그룹이 약속했던 MRO 물량을 내년 이후에도 계속 맡을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키는 일감을 주는 삼성이 갖고 있다. 업계에선 각종 원부자재 등을 조달해 공급하는 MRO 특성상 원가 책정, 물품 조달, 영업 비밀 등의 이유로 삼성과 IMK의 관계가 상당기간 유지될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삼성이 중장기적으로 MRO를 인하우스(조직 내부)로 가져가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IMK는 지난 3월 말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김규일 전무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김 대표는 삼성에버랜드 마케팅 지원 상무 등을 역임한 '정통 삼성맨'으로 삼성그룹 내부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인물이다. 이번 김 대표 선임은 IMK가 삼성과 지속적 관계 유지를 위한 사전 포석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