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CEO와칭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산업>산업일반

<기자수첩> 나는 갑일까, 을일까.



[메트로신문 김승호 기자]기자라는 직업이 얻어먹고만 다니니 사람들은 '갑'이라고 말한다.

'얻어먹고 다니는 직업=갑'이란 등식이 마뜩잖지만 살면서 누구에게 갑질 해본 적 없으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아야겠다. 오늘은 내가 취재 중에 만났던 수 많은 '을' 이야기를 해보련다.

꽤 오래전이다. 어떤 중소기업 사장님이 하청을 주는 대기업 담당자 손에 이끌려 룸살롱을 갔단다. 그날도 사장님은 담당자의 비위를 맞춰야 했다. 그런데 나올때 계산을 하면서 깜짝 놀랐다. 신용카드 한도가 한참 넘어 계산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알고보니 대기업 담당자가 그동안 먹었던 외상 술 값이 엄청 쌓였던 것이다.

언제인가 제보를 받고 서울 잠원동의 한 방송 프로덕션을 찾았다. 공중파에 방송을 납품하던 프로덕션 사장님은 방송사의 전횡을 요목조목 설명하며 울분을 토했다. 파일럿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송사에 보냈더니 계약은 커녕 같은 내용의 프로그램을 버젓이 다른 프로덕션에서 제작, 납품하는 것을 보고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방송사 담당자가 친한 프로덕션에게 넘겨 제작토록 배려(?)한 것이다.

하지만 그 기사는 쓰질 못했다. 제보자가 끝끝내 막아섰다. 업계에 남아 밥 벌이를 해야하는 사장님으로선 자칫 잘못보여 매장당하는 게 더 두려웠기 때문이다.

지난주말 통영 죽도의 재기중소기업개발원에서 만난 여사장님의 스토리는 가슴을 더욱 먹먹하게했다. 여 사장님은 한 때 300명이 넘는, 업계에선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형 프로덕션을 운영했다. 하지만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같은 거대 방송사의 무차별 제작비 인하에 멍이 들었다. 또 심혈을 기울여 만들던 방송프로그램은 제작 중에 방송사로부터 일방적으로 '폐방' 통보를 받아야 했다. 결국 여사장님은 프로덕션을 접었고, 한 때 세상과 이별까지 생각했었다.

얻어먹고 다녀 '갑'인 기자가 앉아서 당하기만하는 '을'을 보듬어야 하는 것도 세상 천지가 이래서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