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9일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연 1.25%로 낮추면서 정부의 경기부양 '다걸기' 정책에 가세했다. 시장에서는 침체에 빠진 경기를 끌어올리는 데 힘을 실어줄 것으로 분석한다. 하지만 금리 인하로 가계부채 증가와 외국인 자본유출 우려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부양 기대효과만 놓고보면 국내 주식시장과 주택·부동산시장에도 호재다. 다만 약발이 얼마나 잘 들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박스피'탈피, 경기부양 효과에 달려
이날 증시에서 기준금리 인하 약발은 오래가지 않다.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전날 보다 2.91포인트(0.14%)하락한 2024.17포이트에 마감했다.
장 중 2030선까지 올랐지만 투자심리는 금새 가라 앉았다. 기준 금리 인하 효과로 경기가 얼마나 살아날 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기준금리 연 1.25% 시대는 한국경제가 가보지 않은 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이제 '모 아니면 도'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까지 내놓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경기 활성화가 되지 않으면 한국 경제는 큰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것.
12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집주인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거나 전셋값을 올리면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진다. 소비회복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금리 인하에 따른 원화 가치 하락으로 주식시장 등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우려도 크다. 특히 미국이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 하는 시점에 금리 인하가 이뤄졌다는 점도 부담이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경기회복 불확실성,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관련 국민투표 등 다양한 글로벌 이슈가 산적한 상황이어서 국내 증시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경기 부영효과가 가시화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요한 것은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라며 "시장은 양호한 흐름을 보이겠지만 이번 결정이 또 다른 상승 트리거(방아쇠)가 되려면 적극적인 경기 부양 의지의 일환인지 확인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가 워낙 낮아서 추가 인하에 따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주가는 최근 2분기 실적 기대감 등으로 오르는 추세였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더 오를 수는 있다"고 말했다.
◆수익형 부동산 등 관심 커질 듯
부동산시장과 건설업계는 가뭄에 단비를 만난듯 환호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1%대로 떨어지면서 부동산시장의 회복 속도에 힘이 붙을 전망이다. 대출 부담이 줄어들면서 내 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가 늘고,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나 신규 분양시장, 수익형 부동산 시장으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로 주택 매매 거래량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대출 이자 부담이 경감되는 효과가 있어 전세난에 시달리는 수요자들이 집을 사는 데 드는 부담이 한층 줄어들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 김형근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더 하락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는 주택 구매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건설사의 주택개발사업 금융비용 부담도 줄어 신규 분양시장 활성화에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주택시장 신규 분양 예상 규모는 35만∼39만 가구로 상반기에만 22만가구가 공급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가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상가와 호텔,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중개업소 한 관계자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입장에서는 예금금리에 상당히 민감한데 더 이상 은행에 돈을 넣어둘 필요가 없게 됐다"이라며 "오피스텔이나 상가 등에서 5%대의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어 수익형 부동산을 많이 찾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 조사 결과 오피스텔은 지난해 전국 연간 임대수익률이 5.56%로 은행 정기예금 금리의 3배를 넘어섰다.
우리은행 안명숙 고객자문센터장은 "최근 유동성 장세에서 금리 인하로 기름을 부은 격이다. 강남 재건축 날아가고 있는데 더 뜨거워질 것"이라며 "작년 하반기부터 부자들도 재건축 단지에 관심이 높아졌는데 금리 인하로 투자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 센터장은 "분양시장도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