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레이첨단소재. 지난해부터 수차례 자진 상장폐지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5월과 7월, 두 차례나 자진 상장폐지를 위한 자사주 공개매수나섰다. 하지만 두 번 모두 일반주주들이 강력히 반발하며 상장폐지에 실패했다.
한 소액주주는 "기술과 회사 자산이 해외로 부당하게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며 "주주의 권리에 반하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한다.
기업들도 할 말은 있다.
태림페이퍼는 상장폐지 승인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오는 7월 11일 소집한다. 회사 측은 "상장에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스스로 주식시장을 떠나는 기업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계속 있어 봐야 별 이득이 없다"는 오너와 '자본 먹튀'라는 소액주주 간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몇 몇 전문가들은은 대주주 일가나 외국계 기업들의 '사유화(Privitization)'에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필요할 때 자본시장에서 고개를 숙이다가 여건이 좋아지자 투자자를 외면한다는 지적이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태림페이퍼(옛 동일제지)는 한국거래소의 심사 결과 상폐가 승인되면 정리매매 기간 소액주주로부터 공개매수 가격인 주당 3600원에 주식을 매입할 방침이다.
상폐 후에도 6개월간 소액주주들로부터 주식을 사들일 계획이다.
코넥스 상장사인 피엠에스는 오는 13일 주주총회를 열어 상장폐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상장폐지신청 이유에 대해서는 "영업환경에 따른 코스닥으로의 이전 상장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판단해 코넥스 시장 상장 폐지 절차 개시를 결의했다"고 밝혔다.
피엠에스는 상장폐지 후 6개월 동안 당사 주식의 매각을 희망하는 주주들로부터 주당 1470원에 당사 주식을 매입할 계획이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모두 최대주주의 경영 의지가 강하고 현금자산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이들은 상장을 폐지한 후 100% 지분을 확보해 국내 시장 상황과 소액 투자자, 감독 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기업을 경영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동성도 풍부해 상장을 직접자금 조달에도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않고 있다. 또 소액주주들의 항의나 경영간섭, 경영사항 공시, 분기 결산보고 등의 부담도 덜 수 있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은 '자본 먹튀'에 불과 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 소액주주의 반발로 상장 폐지가 무산된 사례가 많다.
한국타이어그룹 계열사인 아트라스BX가 대표적이다. 아트라스BX는 올 들어 두 차례 상장폐지를 시도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지난달 2차 공개 매수에서 상장폐지 요건에 지분이 5.44%포인트 모자란 실패했다. 코스닥 상장사가 자진 상장폐지를 하려면 9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한국타이어그룹 관계자는 "추가로 공개매수에 나설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트라스BX는 지난 3월 일반 주주 보유 지분에 대해 1차 공개매수를 진행해 56.55%를 자사주로 사들였다. 최대 주주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지분(31.13%)을 포함해 87.68%를 확보했지만 자진 상장폐지를 위한 요건인 95%를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
자진상장폐지가 무산된 도레이케미칼은 기회를 엿보고 있다.
도레이케미칼 측은 "최대주주인 도레이첨단소재가 상장폐지 계획을 백지화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 자진 상장폐지 계획과 관련해 구체적인 사항이 결정될 경우 공시하겠다"면서 자진상폐가 진행중임을 밝히고 있다.
외국계 자본들도 '자본 먹튀'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중국 기업인 3노드디지탈과 중국식품포장, 국제엘렉트릭, 일본계 SBI모기지 등이 한국 증시에서 자금을 조달한 후 등을 졌다.
'헐값 인수→다이어트(구조조정)→실적 호전→고가 매각' 절차에 나서는 곳들도 적잖다.
노조의 반발이 심하면 알짜 자산들을 매각한 뒤 법인 청산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상장폐지를 시도하는 기업은 기업가치가 좋고 외국인이 대주주인 기업으로 공개매수 등을 통해 상장폐지를 시도한 후 기업 가치를 높여 해외에 재상장하거나 유상감자, 고배당 등으로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