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울산CLX에서 창사 최대 규모의 정기보수에 들어갔다. 사진은 울산CLX 제 3정유공장 정기보수 현장. /SK이노베이션
[울산=메트로신문 오세성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울산CLX에서 안전을 기치로 내걸고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정기보수를 시작했다.
정유·석유화학 설비는 안정성 확인과 운전 효율성 확보를 위해 주기적으로 공정 가동을 멈춘 채 점검을 한다. 설비에 따라 1~6년마다 하는 이 과정은 정밀검사, 정비, 노후설비·촉매 교체, 신규 설비 연결 등으로 구성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월 중질유분해공장(HOU)을 시작으로 울산 컴플렉스(CLX) 전체 21개 공정 가운데 13개 공정에서 정기보수를 한다고 12일 밝혔다. 울산CLX는 여의도 3배 면적인 830만㎡에 첨단 자동화 공정과 자체 부두를 갖춘 국내 최대의 석유화학단지다. 근무자 2900명이 원유 2000만 배럴을 보관하며 일 84만 배럴을 정제하는 이곳은 단일 공장 시설 기준으로 말레이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 규모다.
이번 보수는 12월 중순까지 계속된다. 제2 정유공장(No.2 CDU), 중질유분해공장(HOU) 등은 정기보수를 완료했다. 6월 현재는 제3 정유공장(No.3 CDU), 제1 고도화 시설(No.1 FCC), 제2 방향족 제조시설(NRC), 제2 파라자일렌 공장(No.2 PX) 등 4개 공정 정기보수가 한창이다. 하반기에는 7개 공정 정기보수가 예정됐다.
울산CLX는 통상 매년 8~9개 공정 정기보수를 실시했다. 올해는 최근 울산아로마틱스, 넥슬렌 등 신규 공장이 들어서고 보수 주기가 겹치며 정기보수 규모가 커졌다. 올해 정기보수에는 150개 협력업체가 참여해 일 최대 5000명, 연인원 27만명이 작업한다.
■안전 최우선… 사고나면 "원 스트라이크 아웃"
국내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공장인 만큼 화재나 제품 누출 등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주하는데다 정기보수를 위해 외부인원이 들어와 사고 위험은 더욱 높아졌다. 이러한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SK이노베이션은 철저한 안전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2년 안전·보건·환경경영 업무를 전담하는 SHE(Safety·Health·Environment) 본부를 설치했다. 울산CLX에는 공장장 직속으로 SHE 위원회가 활동하고 있다. 생산·설비·SHE 담당 조직과 협력업체들로 구성된 SHE 위원회는 정기보수 기간 매일 두 차례 이상 SHE 관리 실태를 점검한다.
정기보수 플랜을 담당하는 SK에너지 윤보성 TA플래닝 팀장은 "이번에 상압증류탑을 보수하고 열교환기를 46기 교체하는 등 공사 규모가 크다"며 "공사 규모가 크고 외부 인원 출입도 많아 사고 위험이 높아졌지만, 신규 출입자를 안전교육장에 보내 교육 이수를 시키고 매일 아침 모든 작업자 대상 안전교육을 하며 팀별 주의사항도 전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모든 울산CLX 출입자는 SHE 세이프티 골든 룰(SGR)을 준수해야 한다.
SHE SGR은 ▲모든 작업은 작업허가증 최종 승인 후에 수행해야 한다 ▲밀폐공간에서 작업을 할 경우에는 정해진 주기에 따라 유해공기(산소/유해가스) 농도를 측정해야 한다 등 총 8항목이다. 사안이 중대한 일부 규정의 경우 1회 위반으로도 울산CLX 출입금지를 당한다.
윤 팀장은 "이미 세 명의 작업자가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로 퇴출됐다"며 "퇴출 사례가 발생하자 다른 작업자들도 더욱 안전규정 준수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안전규정에 따르면 2m 이상 고소지역에서는 비계 작업발판을 설치하거나 안전벨트에 연결된 안전걸이를 체결해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은 이보다 엄격하게 비계 설치와 안전걸이 체결을 동시 요구했지만, 세 작업자는 비계만 설치하고 안전걸이를 체결하지 않아 퇴출됐다.
정기보수를 갓 마친 울산CLX 제 2정유공장이 설비 예열을 위해 스팀을 순환하고 있다. 공장 곳곳에는 아직 치우지 못한 비계가 남아있다. /오세성 기자
■'때 빼고 광내고'… 지역경제에도 도움
SK이노베이션은 정기보수에 옵티마이제이션(최적운영능력)을 적용하고 있다. 정기보수에 들어가면 공정 가동이 중단되며 제품 생산도 줄어든다. SK이노베이션은 생산량 감소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기보수 1년 전부터 담당자들이 연간 수급계획을 예측·분석한다. 제품 시황을 분석해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보수 일정을 도출하는 것이다.
일정이 나오면 작업은 신속하게 이뤄진다. 석유화학설비는 365일 24시간 원유를 가열하고 제품을 분리한다. 이 과정에서 설비에 '파울링'이라는 찌꺼기가 쌓여 운영 효율을 떨어뜨린다. 정기보수는 시설 점검과 함께 파울링 제거가 가장 큰 목표다. 신규 설비도 이 때 추가된다.
SK에너지 TA플래닝팀 송종길 부장은 "유종에 따라 배관 사이즈가 다르고 압력도 다르며 설비 청소하는 것도 다르다. 어떤 원유는 파울링이 잔뜩 쌓이고 어떤 원유는 청소할 것이 없기도 하다"며 "이란 원유 수입 등 유종 다변화로 이런 부분에 더 신경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규 설비도 미리 만들어두고 정기보수에 들어가면 배관을 연결해 가동한다"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진행하는 4개 공정 정기보수에만 530억원을 투입하고 일 평균 3000명의 외주 인력을 사용한다. 총 투입인원은 6만5000명이다. SK이노베이션은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으로 침체된 울산 경기에 이번 정기보수가 도움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김운학 울산CLX 설비본부장은 "비용과 시간이 더 들더라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 보수작업 진행 중"이라며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정기보수 중임에도 무사고·무재해 기록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