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박인웅 기자] 제계 순위 5위 롯데그룹이 '내우외환'으로 최대 위기에 빠졌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 이어 롯데홈쇼핑 중징계, 가습기 살균제와 면세점 입점 로비 등으로 검찰수사를 받으면서 흔들리고 있다. 호텔롯데 상장과 롯데월드몰 면세점 재승인 등 중요한 사항을 남겨둔 상황에서 나온 잇단 악재탓에 충격의 강도는 말할 수 없다. 1967년 창사이후 최대 위기란 말까지 나왔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
롯데그룹은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남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이의 경영권 분쟁은 지난해 7월 시작됐다. 당시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폐쇄적 지배구조가 드러나면서 일본 기업이라는 국적 논란까지 제기됐다. 당시 신 회장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호텔롯데 상장, 순환출자 해소하겠다고 밝혔 경영권 분쟁 사태는 진정 되는듯 했다. 반면 신동주 SDJ회장은 형제의 난을 파국으로 몰아갔다.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 등 현 롯데홀딩스 임원들을 해임하고 자신을 신규 임원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주주제안 형식을 통해 신청했다.
다소 진정된 형제간 경영권 분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달 말 한·일 롯데의 지주회사격인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총수 자리를 놓고 다시 표 대결이 펼쳐질 예정이다. 형 신동주 회장이 신동빈 회장에 대한 거센 공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롯데 관계자는 12일 "거듭된 수사 소식에 그룹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은 사실이지만, 종업원 지주회 등 롯데홀딩스 주요 주주들이 동요하는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신영자 이사장 비자금
지난 2일 검찰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비리 의혹으로 롯데호텔 면세사업부와 신 이사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신 이사장이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 면세점 입점 대가로 수억에서 수십억원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신 이사장 아들 장모씨와 그가 운영하는 해외 브랜드 유통업체 B사도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정윤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측이 롯데면세점 입점 등을 위해 신 이사장을 비롯한 롯데쪽 관계자들에게 금품을 건넨 단서를 포착하면서 수사에 들어갔다. 정 대표측 브로커로 지목된 한모(58)씨 등으로부터 이를 뒷받침하는 진술도 확보했다. 한씨는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입점과 매장 운영 과정에서도 브로커 역할을 하며 정 대표에게서 수십억원을 받은 의혹이 제기됐다. 정 대표도 검찰에서 금품 로비 사실을 일부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옥시發 가습기 살균제 파동
롯데마트는 옥시에 들어간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를 자체브랜드(PB)로 판매했다. 결국 당시 롯데마트 영업본부장을 지낸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이 구속됐다. 롯데마트가 제품 안전성 검증을 소홀히 한 채 판매해 고객들을 사망에 이르게 하거나 폐질환을 유발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 및 과실치상)다.
한편 노 사장은 2004부터 2007년까지 롯데마트 영업본부장으로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업무를 총괄했다. 2007년부터는 제품 판매와 광고 등 주요 업무의 최종 의사결정권을 행사하는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현재 롯데물산 대표를 맡고 있는 노 대표의 부재는 연말 완공이 예정돼 있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평생 숙원 사업인 롯데월드타워의 공사 일정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롯데 홈쇼핑 방송 중단
감사원 감사결과 지난해 홈쇼핑 재승인 과정에서 평가항목을 누락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롯데홈쇼핑이 9월 말부터 6개월간 프라임타임대 하루 6시간씩 방송을 내보낼 수 없게 됐다. 앞서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납품 비리와 갑질 논란으로 5년이 아닌 3년 재승인을 받은 롯데홈쇼핑이 또다시 문제를 만들었다.
롯데홈쇼핑은 당시 재승인 사업계획서에 납품 비리로 형사 처벌을 받은 임직원을 일부 누락해 공정성 평가항목에서 과락을 면하는 등 재승인 과정에 심각한 하자가 있는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롯데월드몰 면세점 재승인은?
롯데월드몰 면세점 탈환이 불투명해졌다. 롯데는 지난해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선정 과정에서 연매출이 5000억원에 달하는 월드타워점을 잃었다. 관세청이 지난 4월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 방침 확정으로 면세점 운영권 재승인으로 롯데월드점을 다시 확보할 가능성이 있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수사 결과 롯데면세점 운영사 호텔롯데의 부정이 밝혀지거나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입점·운영 과정 로비 사실로 확인되면 롯데월드몰 면세점 재승인은 어렵지 않겠냐는 입장이다.
◆호텔 상장 무산 가능성
지난 1월에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호텔롯데는 오는 7월까지 상장작업을 마무리해야한다. 호텔롯데은 금융위원회에 최근 수년간의 결산 재무제표 등을 포함한 증권 신고서를 제출하고 공시까지 마쳤다. 하지만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면 상장을 통한 기업공개(IPO) 자체가 감독 당국으로부터 제지당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호텔롯데 증권신고서는 신영자 이사장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과 수사 사실을 추가 반영해 지난 6일 한 차례 수정 신고했다. 결산·회계 자료 부정이 또다시 밝혀지면 상장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