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김승호 기자]최저임금 결정 시한이 이달 말로 예정된 가운데 노사 양측의 줄다리기가 더욱 팽팽해지고 있다.
노동계와 야당을 중심으로 한 일부 정치권에선 최저임금 1만원(또는 단계적으로 1만원)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사용자측인 기업과 소상공인들은 경기 침체, 부담 가중 등을 우려해 현 수준에서 동결을 원하고 있다. 매년 이맘때면 벌어지는 최저임금 논란이 올해도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근로자 생활안정, 소득분배 개선, 노동생산성 향상, 공정 경쟁 촉진, 국민경제 발전 등을 목표로 도입된 최저임금 제도를 놓고 입장에 따라 다양한 해석들이 충돌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저임금을 인상할 경우 일자리가 줄어든다거나 소득분배에 도움이 안된다는 등의 주장이 대표적이다. 최저임금의 경제학을 살펴봤다.
◆최저임금 올리면 일자리 감소한다?
지난해 결정해 올해 적용된 최저임금은 시간당 6030원으로 전년도보다 8.1% 상승했다. 하루 8시간 일하면 최소 4만8240원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1988년부터 최저임금제도를 도입, 시행한 대표적인 목적 중 하나는 바로 일정 수준 이상의 생계를 보장해 근로자들의 생활을 안정시키자는 것이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올리면 사용자들의 부담이 커져 오히려 고용을 줄일 것이라는 게 최저임금 인상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서울대 경제학과 이정민 교수는 13일 중소기업중앙회가 개최한 '최저임금 제도 개선방향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최저임금이 1% 오르면 일자리수가 0.1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 8년간 고용과 노동소득분배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다.
성신여대 경제학과 박기성 교수는 지난달 한국경제연구원이 주최한 정책세미나에서 최저임금을 가파르게 인상할 경우 고용이 심각하게 감소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박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8000원(2016년 6030원)일 경우 고용은 12만5000~15만4000명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9000원으로 오르면 최소 17만명에서 최대 31만1000명까지 고용인원이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노동계 주장은 다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최저임금은 노동자 생계비보다는 물가상승률, 노동생산성보다는 기업의 지불능력에 따라 주로 결정되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올린 이후에도 고용엔 변동이 없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해 말 실시한 '2016년 최저임금 적용효과에 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인상할 경우 부담이 커져 고용이 감소할 것이라는 답변이 전체의 15.2%에 그쳤다. '최저임금과 고용의 관계가 없다'는 응답이 72.54%로 가장 많았다.
자영업자 등이 부담이 커져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최저임금을 올려줘서가 아니라 동종업종 경쟁 격화, 가파른 임대료 상승 등이 주요 이유라는 것이다.
◆소득분배에도 도움이 안돼?
올해 기준으로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근로자 숫자는 1396만2000명이며 이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접 영향을 받게된 저임금 근로자는 121만2000명이다.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이들 저임금 근로자들의 임금도 덩달아 오르는 구조다. 특히 지난 2000년부터 1인 이상의 모든 사업장까지 최저임금을 적용하도록 해 아르바이트생 1명을 채용하는 소상공인들도 제도를 지켜야 한다.
결과적으로 최저임금이 그동안 저임금을 받았던 근로자들에게는 임금의 하단을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가 되는 셈이고 이는 곧 소득분배효과가 된다는 것이 긍정론자들의 생각이다.
역효과 우려도 크다.
이정민 교수는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이 계속 고용된 근로자들간의 임금격차를 효과적으로 줄이지 못하고 있다"면서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고용 감소 효과까지 고려하면 빈곤완화정책 또는 저소득·빈곤근로자들의 생계안정을 위한 정책으로서의 최저임금은 정책 목표를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현재의 최저임금 제도를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오래전부터 나온 지역별,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다르게 책정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날 또다른 발표자로 나선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부 김강식 교수는 "현행 단일 최저임금 결정방식은 업종 간의 다양한 차이를 반영하지못하고 있어 개별 업종의 상이한 경영환경을 고려해 사업종류별로 최저임금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국 단위의 단일임금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지역적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생계비, 임금수준, 경제사정 등의 지역편차를 고려해 지역별로 다른 최저임금을 책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럴 경우 상대적으로 최저임금이 낮게 결정될 농촌이나 지방중소도시와 같은 저개발지역에 기업들의 추가 투자를 유도하는 역할도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편 최저임금은 단순히 저임금 근로자들에 대한 '최소 수준의 임금'이란 의미와 더불어 재난·사고 피해자, 사회적 약자 등에 대한 정부 지원금의 바로미터가 되기도 한다. 또 최저임금 인상은 일반 기업 등의 임금 상승률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하는 최저임금은 매년 6월29일까지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노사양측의 줄다리기가 팽팽한 올해의 경우에도 제출 날짜를 지나 7월까지 넘어갈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