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서울시향, 재도약할 수 있을까
최흥식 대표이사, 발전방향 발표
15일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습동에서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 대표이사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최흥식 대표이사의 취임 1주년이 도래함에 따라 그간의 소회를 알리고, 서울시향의 향후 운영계획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최 대표는 "지난해 서울시향에 와서 느낀 점은 굉장한 성장통을 겪고있다는 것이었다. 전 대표이사와 관련해 직원들이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았고, 정명훈 전 예술감독이 사임하는 일도 있었다"고 입을 열었다.
앞서 2014년 12월 서울시향 직원 17명은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에 대한 호소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박 전 대표는 직원들을 허위 사실 유포로 맞고소 했고 현재까지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최 대표는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벌어지면서 안팎으로 정신이 없지만, 그러한 가운데 서울시향의 근본적인 발전방향에 대해 비전회의도 열었고 결과도 도출했다. 그 결과를 말씀드리고자 자리를 마련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서울시향은 지난 1일 미션과 비전을 재정립하고 향후 재단 운영 방향을 새롭게 수립했다. 2020년까지 '(예술적으로)더 뛰어난' '(시민과)더 가까운' '(관객확보를 기반으로)더 튼튼한 시향 만들기'를 전략목표로 한다.
그리고 가장 크게 직면한 과제는 예술부문의 안정적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향은 지난해 12월 정명훈의 사퇴로 야기된 예술감독의 공백을 객원 지휘자가 메꾸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향은 올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본격적으로 인선 작업에 착수한다.
최 대표는 "예술감독을 조기에 임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예술감독 임명 절차를 거치다보면 1년 반 정도가 소요된다. 그리고 정식부임까지 1~2년이 더 걸린다. 때문에 향후 2~3년간은 예술감독이 없는 체제로 가야할 것 같다"며 "그 공백을 메꾸기 위해 수석객원지휘자 제도를 도입해 직책을 부여하고 서울시향을 발전시키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석객원지휘자 제도는 예술감독이 임명된 후에도 유지하나. 상임 지휘자가 갑작스러운 이유로 자리를 비울 때 공석이 생기지 않도록, 항상 안정적인 서울시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현재 한 명인 부지휘자 역시 복수로 두어 단원 트레이닝과 오디션, 공익·정기공연 지휘 등에 역할을 배분할 예정이다.
서울시향은 지난 3월 대표이사의 자문기구인 '지휘자 추천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원회)'를 설치하고 차기 예술감독으로 적합한 인물을 모색하고 있다. 자문위원회는 최흥식 대표이사를 위원장으로 하며 서울시향 이사회와 서울시, 시향 단원 1인, 클래식 전문가 2인, 음악 평론가 1인, 공연 전문가 1인 법조인 1인 총 7인으로 구성됐다.
자문위원회는 5월 말까지 총 7회에 걸쳐 회의를 진행했으며 차기 예술감독의 자격 요건을 마련했다. 국제적 인지도와 네트워크를 형성한 사람으로 한국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서울시향의 예술적 기량을 성장시킬 수 있는 인물이 조건이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외 실력있는 지휘자 320여명의 지휘자 풀을 꾸렸으며 검토를 거쳐 상위 후보자 40명을 추렸다.
최 대표는 "국내 지휘자 육성에 힘써야 하기 때문에 시민·정기 공연에는 국내 지휘자를 세울 수 있지만, 상임 예술감독 후보에는 국내 지휘자가 속해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자문을 구할 공연 기획자도 유럽이나 미국쪽으로 물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서울시향을 세종문화회관 산하 예술단으로 재편입하려는 내용의 조례 폐지안이 제출된 것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조례 폐지안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반성해야할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섭섭한 마음도 있다"며 "2005년 재단법인으로 독립한 후 빠른 속도로 성장했는데, 잠깐의 성장통으로 인해 서울시향을 세종재단에 편입하려는 것에 대해 섭섭하다. 현재 시의회를 열심히 설득 중"이라고 전했다.
앞서 이혜경 새누리당 의원 등 10여명은 지난달 25일 서울시 출연 예술단체 설립·운영에 대한 조례폐지안을 제출했다. 해당 안건은 17일 서울시의회 상임위에 올라간다.
이날 전 대표와 일부 직원간의 소송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라 섣불리 말씀드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때문에 해당 직원에 대해 인사 조치를 취할 수도 없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끝으로 최 대표는 "서울시향은 아시아권에서는 이미 톱클래스로 성장했다. 앞으로 재정적으로나 조직적으로나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릴테니 기다려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서울시향은 재단법인으로 독립하기 전 38.9%였던 유료 관람객 비율을 지난해 91.2%까지 끌어올렸고, 독일의 유명 음반사인 도이치그라모폰과는 아시아 오케스트라로는 최초로 2010년 장기계약을 체결해 지금까지 9장의 음반을 발매하는 등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에 대한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정명훈 전 예술감독의 부인 구모씨와 직원 등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명예를 실추했다. 또 예산은 증가했지만, 2013~2015년 '서울시 출자출연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위 평가를 받았다.
6.15 서울시향 기자 간담회 최흥식 대표/서울시향
6.15 서울시향 기자 간담회 최흥식 대표/서울시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