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4일 한양대학교 노천극장에서 열린 'LoL 대학생 배틀'을 한양대와 성균관대 학생들이 관람하고 있다. /라이엇 게임즈
[메트로신문 오세성 기자] 지난 5월 24일 5000여명의 학생들이 한양대학교 노천극장을 가득 메웠다. 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지켜본 것은 캠퍼스를 찾은 아이돌 그룹의 공연이 아니라 한양대와 성균관대 사이에 펼쳐진 리그 오브 레전드(LoL, 롤) 대학생 경기였다. 각 대학을 대표해 참여한 이들의 경기는 매 순간 지켜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25일에는 고려대 민주광장에서 고려대와 연세대 시합이 열렸고 이 경기에도 3000여명이 운집해 정기 고연전을 방불케 하는 응원 대결을 펼쳤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라이엇 게임즈가 롤의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e스포츠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기존 게임은 이용자들이 플레이하며 즐기는 것이 주 목적이었다. 과거에도 프로리그 등 대회가 있긴 했지만 소수 마니아만 경기장을 찾고 응원을 펼쳤다. 하지만 롤이 인기를 얻으며 최근 e스포츠가 대중적 트렌드로 발돋움하는 모양새다. SK텔레콤 T1 소속 프로선수인 이상혁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와 20, 30대 인기 검색어에 자주 오르는 등 e스포츠는 젊은 층 사이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라이엇 게임즈는 e스포츠 인구 증가에 맞춰 지난해부터 다양한 롤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대학생, 직장인, 여성 등 아마추어가 참여하는 정기 대회에 상금을 비롯한 대회체계를 갖춰 운영해 눈길을 끈다.
가장 두터운 유저계층인 대학생을 위해 라이엇 게임즈는 'LoL 대학생 배틀'을 연다. 올해는 5월에 대학교 축제가 몰려있는 것을 감안해 대학 간 배틀 형식으로 꾸몄다. 총 상금 2000만원 규모로 카이스트와 포항공대, 고려대와 연세대, 성균관대와 한양대, 경희대와 중앙대가 대결을 펼쳤다. 대회는 축제 분위기와 함께 각 학교의 자존심 대결 양상을 띄며 시작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고 야외 경기에는 수천 명의 관중이 운집했다.
'LoL 직장인 토너먼트' 결승전에는 직장인 관중을 위해 맥주와 치킨, 피자 등이 제공된다. /라이엇 게임즈
직장인을 위한 대회도 있다. 매년 스프링, 서머, 윈터 3개 시즌으로 열리는 'LoL 직장인 토너먼트'는 초기 대회 주최 측이 기업을 섭외했지만 이제는 기업들이 앞 다퉈 신청하고 있다. 시즌마다 두 차례씩 대회를 여는데 기업 최강자는 삼성전자였다. 최다 우승팀을 배출한 삼성전자 외에도 LG전자, 수자원공사, KB생명, 현대카드, 효성 등 다양한 기업이 출전했다.
직장인 대회인 만큼 결승전은 '펍' 분위기로 꾸미고 맥주와 치킨을 무료로 제공해 현장에 응원 온 직장 동료, 선후배들이 결속을 다지게 했다. 우승팀에게는 상금 100만원을 수여하고 상금과 별도로 100만원을 소속 회사 이름으로 기부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한 참가자는 "사회인 야구처럼 e스포츠를 즐기는 직장인이 모여 서로 회사 자존심을 걸고 겨룰 수 있다"며 "우승하면 회사 이름으로 기부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소감을 밝혔다.
그간 실력을 뽐낼 기회가 마땅치 않았던 여성 게이머들도 '레이디스 배틀'에 뜨거운 호응을 보냈다. 2014년 파일럿 대회로 열린 '레이디스 배틀 리그전'에는 86개 팀이 몰렸고 첫 공식 대회였던 2015년 레이디스 배틀 윈터시즌에는 80개팀 400명이 참가했다. 지난 5월 서울 대치동 아프리카 프릭업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6 LoL 레이디스 배틀 스프링' 결승에는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관람객이 몰려들었다.
라이엇게임즈의 권정현 e스포츠커뮤니케이션 총괄은 "이미 젊은 세대에서는 e스포츠가 일부 프로 스포츠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며 "머지않아 e스포츠가 성별과 연령을 뛰어넘는 대중문화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