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나온책] L의 운동화
이한열의 운동화가 김숨의 문장으로 복원된다
민음사/김숨 지음
김숙 작가의 여덟 번째 장편소설인 'L의 운동화'는 1987년 6월항쟁의 도화선이 된 청년 이한열의 운동화가 복원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전작 '바느질하는 여자'가 한땀 한땀 수놓듯 써내려간 소설이라면 이번 작품은 산산이 부서져 내린 운동화를 퍼즐맞추듯 복원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작품 속 운동화의 주인 이한열은 1987년 6월 9일 연세대에서 열린 '6.10대회 출정을 위한 연세인 결의대회'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최루탄에 머리를 맞아 한달동안 사경을 헤매다 7월 5일 22살의 나이로 유명을 달리한 인물이다. 당시 그의 장례식에는 150만 추모인파가 모여들었다.
항쟁 당시 이한열이 신었던 270mm 흰색 '타이거' 운동화는 현재 오른쪽 한 짝만 남아있는 상태다. 시간이 흐르면서 밑창이 100여 조각으로 부서질 만큼 크게 손상됐지만, 지난해 이한열의 28주기를 맞아 미술품 복원 전문가인 김겸 박사가 3개월 동안 복원해 현재 이한열기념관에 전시돼있다.
저자는 김겸 박사의 미술품 복원에 관한 강의를 듣고 김 박사의 연구소를 직접 방문, 복원 작업을 지켜본 후 운동화가 복원되는 과정을 소설로 재탄생시켰다.
이책은 이한열의 운동화를 통해 한 시대의 슬픔과 고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지극히 개인적인 물건인 운동화 한짝이 '사적인 물건'에서 시공간을 뛰어넘어 '시대를 대변하는 물건'으로 역사적인 상징이 되는 과정을 김숨 작가 특유의 집요하고 치밀한 묘사력으로 세밀하게 표현됐다. 삶과 죽음, 기록과 기억, 훼손과 복원의 문제를 담았다. 미술품 복원 전반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이한열의 생존 당시 이야기, 그리고 남겨진 유가족과 친구들의 이야기도 써내려갔다.
작가는 이 작품을 일컬어 "'이한열 운동화 복원'이라는 큰 흐름 속에 있는 소설"이라고 말한다. 조각조각 산산이 부서져 내린 운동화를 복원하듯, 문장에 숨을 불어넣어 부서진 운동화와 희미해진 '그날'의 기억이 되살려냈다.
독자들이 소설을 읽음으로써 'L의 운동화'는 비로소 복원될 것이다. 280쪽,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