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신공항 예정지 조감도.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왼쪽부터)./지자체 제공
[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갈등을 넘어 두 동강이 났다.'
영남권 신공항 입지선정을 놓고 정치권 갈등은 물론, 사회가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제성이 배제되면서 매년 적자일색인 영남권 지방공항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제3의 대안으로 원점 검토를 내세운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신공항 입지 선정 발표의 주체인 박근혜정부가 공을 용역사인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떠넘기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 같은 무용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모양새다. 입지 선정에 따른 불똥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신공항 문제가 이미 경제적 타당성을 떠나 정치화됐다는 방증이다.
19일 여·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당초 영남권 신공항은 김해공항의 포화상태가 우려됨에 따라 대안으로 추진됐다. 부산에서 시작된 신공항은 적합한 입지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부산권→남부권→동남권' 등으로 확대되다가 '영남권 신공항'이 된 것이다.
◆적자·부채 급증…'적자' 공항 전철 밟나
문제는 입지 선정 과정에서 경제성 논의가 증발됐다는 점이다. 경제적 실익 여부가 무용론을 부채질하는 까닭이다. 정치 문제로 비화되면서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 둘 중에 하나를 무조건 선택해야 하는 제로섬 게임이 된 셈이다.
건설 과정에서의 투자자본 유치 방법과 수익성 여부 등이 논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권과 지역민들의 막연한 기대감이 또 다른 적자 공항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지방공항의 만성적자 상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공항 15곳 중 인천·김포·김해·제주공항을 제외한 11개 지방공항에서 매년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과 이우현 의원실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0~2015년 영남권 5개 지방공항 중 김해를 제외한 대구·사천·포항·울산의 누적적자는 무려 1300억원에 달했다. 이에 따른 부채비율 역시 매년 증가세다.
광주·무안공항은 항공수요의 80%가 인근 KTX로 흡수되면서 매년 적자가 늘고 있다. 같은 이유로 큰폭의 적자를 냈던 대구·청주 공항의 경우 저비용 항공사(LCC)의 노선 확대 영향으로 지난해 적자가 큰 폭으로 줄었다. 반면 양양공항은 중국 노선을 운항하던 LCC가 운항횟수를 줄이면서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치적쌓기에 매몰된 정치권과 지역개발에 따른 이기주의가 맞물리면서 적자 공항이 증가한 것이다. 실제 수익률 등 경제성에 대한 현미경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국토부, 입지 선정 발표 우물쭈물
정부가 영남권 신공항 입지선정 발표 시일을 확정하지 못하는 것도 무용론을 부채질하고 있다. 정부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아직까지 영남권 신공항 입지선정 발표 시일을 정하지 못했다. 앞서 영남권 5개 시도 광역자치단체장들은 공정성과 정확성을 위해 '사전타당성검토 용역'에 관한 사항을 ADPi에 일임한 바 있다.
당시 우리 정부와 ADPi의 계약 내용에 따르면 이들은 용역에 착수한 지난해 6월 25일부터 1년 이내에 국토부에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입지선정 결과가 오는 24일께 발표될 것이라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ADPi가 용역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는 이유로 발표 시일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청와대는 "정무적 판단을 개입시킬 일이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섰다. 부담을 느낀 정부와 관계부처가 눈치를 보면서 발표가 연기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