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콜택시 서비스 카카오택시를 출시하자 콜택시 앱 원조 업체였던 리모택시가 폐업했다. 카카오택시는 지난 4월 1억콜을 넘길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지만 그에 걸맞는 수익은 내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
[메트로신문 오세성 기자] 카카오가 O2O(온라인·오프라인 연계)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지만 마땅한 수익은 거두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는 콜택시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택시'에 이어 대리운전과 가사도우미, 헤어숍 등 O2O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카카오의 사업진출에 따라 해당 분야에서 이미 사업을 하고 있던 스타트업(창업초기 벤처기업)들이 폐업을 하는 등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의 사업 확장 여파로 해당 업종에 먼저 진출했던 O2O 스타트업들이 경쟁에 밀려 서비스를 종료하거나 안방을 내줄 준비를 하고 있다.
◆IT공룡 눈길 한 번에 스타트업 '와장창'
외부에서 투자를 받아 사업을 영위하는 스타트업에게 대기업인 카카오는 위협적인 존재다.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콜택시 앱은 스타트업이 개척하는 시장이었다. 2015년 2월 국내 최초로 콜택시 앱을 선보인 '리모택시'는 카카오택시 출범 당시 "의미 있는 수익모델로 대기업과 어깨를 견줄 만큼 성장하겠다"며 원조 업체의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카카오의 위협에는 버티지 못했다. 카카오가 콜택시 앱 시장에 뛰어들자 콜택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끊겼고 결국 자금난에 빠진 리모택시는 올해 초 문을 닫았다.
지난 4월에는 청소 도우미와 소비자를 연결하던 '홈클'이 서비스를 종료했다. 표면적으로는 '선급금 금지', '4대보험' 등 직업안정법이 문제가 됐지만 실제로는 추진했던 투자 유치가 실패하며 자금난에 빠진 것이 주원인이었다. 홈클이 투자 유치를 추진하던 당시 업계에는 카카오가 사업에 뛰어든다는 소문이 돌았다. 카카오는 올해 하반기 가사도우미 중개 서비스 '카카오홈클린'을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1위 업체도 카카오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2014년 4월 대리운전 앱 서비스를 시작해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버튼'은 일찌감치 2등 전략을 준비하는 상황이다. 브랜드 인지도와 자본이 문제가 됐다. 그간 대리운전 업체들을 뛰어다니며 홍보해 앱 다운로드 수 30만 건을 달성했지만 카카오에 비하면 초라할 뿐이다. 카카오가 '카카오드라이버'를 출시한다는 소문이 돌자 유치했던 50억원 규모 투자가 취소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진출한다는 소문만 돌아도 그 분야는 투자가 끊기고 시장이 초토화된다"며 "카카오드라이버는 고객 한 사람마다 10만원씩 준다던데 스타트업이 어떻게 이기겠냐"고 공포감을 드러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다음 타깃으로 배달, 퀵서비스, 숙박 등을 꼽고 있다.
카카오는 대리운전 호출 서비스 카카오드라이버를 출시하며 이용자 1인당 최대 10만원 할인 이벤트를 펼쳤다. /카카오
◆소문난 잔치 먹을 거 없다더니…
카카오는 O2O 사업 진출에 대해 '중간 유통단계 혁신'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스타트업이 키운 시장을 빼앗는 형국이기에 그 의미가 퇴색됐다.
명분을 잃었다면 실리라도 챙겨야 하지만 그 역시 쉽지 않다. O2O 사업은 수익구조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카카오택시는 무료여서 호출 1억건이 넘었어도 카카오에 수익을 안겨주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드라이버는 요금의 20%를 수수료로 받지만, 고객 1인당 최대 10만원을 지원하기에 수익 창출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카카오는 O2O 사업 확장에 막대한 투자를 집행한 반면 수익은 거두지 못해 지난 1·4분기 영업이익 21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든 액수다. 당기순이익은 64.5% 줄어든 109억원이다.
수익부진은 O2O 시장 전반적인 현상이다. 쿠팡, 티몬, 위메프 3사는 치열한 경쟁 때문에 6년째 적자를 보고 있다. 숙박 O2O 야놀자는 지난해 매출 299억원을 냈지만 75억6257만원 적자를 기록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249억원 적자)과 얍을 운영하는 압컴퍼니(142억원 적자), 카셰어링 쏘카(60억원 적자) 등도 적자를 지속했다. 국내 시장 규모가 작은 반면 진입장벽은 낮아 경쟁이 치열한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중개하는 O2O 특성상 큰 수익을 창출하기는 어렵다"며 "특히 국내 시장은 규모도 작은데 IT가 발달한 탓에 신규 서비스가 나오면 후발업체가 연이어 나오기에 경쟁이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카카오가 시장을 키워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것으로 보이지만,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언제 회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