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가 여전히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주요 국가 중 최저 수준으로 저평가된 상태다.
이에 따라 주요 기업의 2·4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충족시키고 외국인의 매수세가 받쳐 준다면 코스피가 2000선을 다시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도 크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주가이익비율(PER)은 현재도 대만, 인도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인 데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대표 기업의 실적 개선세가 해외 업체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주가 매력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국증시 선진증시에 비해 33% 저평가
21일 증권업계와 톰슨 로이터에 따르면 MSCI 기준으로 1년 후 추정 이익을 감안한 한국 증시의 PER는 10.1배로 집계됐다.
과거(2000년 이후) 평균 9.1배를 웃도는 수준이지만 정보기술(IT) 버블 붕괴(17.6배)와 서브프라임(13.4배) 시기 보다도 싸다.
국내 증시의 PER는 일본(12.4배), 영국(15.1배) 등 선진국 시장은 물론 인도(17.3배), 중국(10.3배), 대만(12.9배), 브라질(11.3배) 등 주요 이머징(신흥)시장보다도 낮다.
한국 증시는 선진국에 비해 약 32.66%, 신흥시장국 평균에 비해선 12.93% 가량 할인돼 거래되고 있는 셈이다.
국내 증시가 해외에 비해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부담이 적은 것은 PBR 전망치에서도 잘 드러난다. MSCI 기준으로 한국의 향후 1년간 PBR은 0.90배로 러시아(0.55배)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보다 낮다.
시장에서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로 탈퇴)에 대한 우려가 과하다고 평가한다.
NH투자증권 오태동 투자전략부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증시는 주기적으로 '블랙스완(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것)' 발생 상황을 맞았고 대부분 실제로 발생하지 않았는데, 위험이 고조되곤 했다"며 "브렉시트 여론과 관련해서 안도 랠리를 염두에 둔 대응전략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실적 기대감도 살아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4분기 상장사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2조6218억원 가량이다. 이는 한 달 전 32조2000억원 대 보다 1.29% 늘어난 것이다.
◆브렉시트 후 외국인 매수 살아날까
한국 증시가 제대로된 대접을 받으려면 외국인의 마음을 사로 잡아야 한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올해 비거주자의 신흥국 자금 유입규모는 5280억달러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2930억달러보다 두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올해 순자금흐름(비거주자 자금유입-거주자 자금유출-준비자산 증가분)은 -3480억달러가 예상된다. 1988년 이후 처음으로 순자금유출을 기록한 지난해(-5310억 달러)에 이어 2년 연속 순유출이 예상되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한국증시로 외국인의 발길을 붙들어 놓기 위해선 ▲시장규모 확대(기업공개, 외국기업 유치) ▲주주가치 제고(지배구조 개선, 배당확대) ▲제도 선진화 ▲외국인 투자자 확충(글로벌 투자자 유도) 등이 필요하고 지적한다. 또 외국인의 과도한 영향력을 방지하기 위해선 증시 안전판 역할을 할 토종 자본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나금융투자 이재만 연구원은 "외국인은 자금 투자에서 회수 국면으로 진입한 기업들이 보다 주주친화적인 성격(배당금 지급, 자사주 매입 등)이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고, 이러한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