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작업이 백지화됐다.
겉으로 드러난 '신공항 백지화' 이유는 경제성이지만 이면에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무엇보다 여권의 핵심 지지기반인 TKㆍPK 성난 민심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속내가 엿보인다. 실제 신공항이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가운데 한곳으로 갔다면 지역 분열 양상은 치유불능 상황에 빠질 수도 있었다. 양쪽에서 어느 정도 욕을 먹더라도 후유증이 덜한 '차악(백지화)'을 선택했다는 것.
하지만 신공항 문제를 놓고 드러난 TK(대구경북)ㆍPK(부산) 간 대결ㆍ갈등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불의 고리'를 흔들어 놨다는 평가다.
갈등의 뿌리는 지난 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3월 14일 경상북도 구미에서 약 30t의 페놀 원액이 유출돼 낙동강을 오염시킨 후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사용하며 평소 강 중ㆍ상류 TK 지역 공단에 대해 '피해의식'을 갖고 있던 PK 지역 주민들에게는 25년이 지난 지금도 큰 충격으로 남아있다.
신공항 입지선정 과정도 경남은행 인수전에서 드러난 대결구도의 재판이었다.
지난 2013년. '알짜' 지방은행인 경남은행을 놓고 지역 상공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치열한 싸움이 시작됐다.
각각 지역경제권을 대표하는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은 경남은행 인수를 통한 대형은행으로의 도약을 꿈꿨다. 당시 경남은행 자산규모는 29조4000억원으로, 부산은행(41조4000억원)이나 대구은행(35조4000억원)이 이를 인수할 경우 덩치를 70조원까지 불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두 은행은 정부가 2010년 경남은행 매각을 추진할 때도 경쟁했다.
경남지역에선 "경남도민의 돈으로 인수해야 한다"며 경남은행의 독자생존을 주장했다. 당시 경남 지역 국회의원들은 "조선업 등 경남 지역 기반 산업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시장의 논리만 내세우는 건 문제가 있다"며 거들었다.
치열한 물밑 경쟁과 대립 끝에 경남은행은 BS금융지주의 품에 안겼다. 2013년 7월 15일 경남은행 매각공고 이후 1년 만이었다.
하지만 거센 후폭풍이 예견된 상황이었다.
경은사랑컨소시엄이 경남은행 인수가 좌절되면 기업들의 예금을 모두 빼는 등 경남은행 거래 불매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혀온 터였기 때문이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BS금융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갈등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작되는 것"이라며 "경남은행과 체결한 공공금고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말했다. 경남지역 국회의원들 역시 국회에서 추진 중인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한 '조세특례제한법개정안' 통과를 거부하겠다며 압박했다.
갈등의 불씨를 잠재운 것은 BS금융지주 성세환 회장이었다. 그는 경남은행 노조와 '지역금융 발전을 위한 상생 협약'을 맺었다.
성 회장은 인수 후에도 경남은행의 독자적 경영과 직원들의 신분이 확실하게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경남은행 신규인력 채용 시 경남·울산지역 대학생을 90% 이상 포함하겠다며 지역 사회 끌어안기에 나섰다.
그 결과 'BS금융까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단기간에 해소했다. 인수 초기만 해도 경남은행은 그룹 전체 순이익의 11%에 불과했다. 이후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지난해 말 40%까지 뛰었다. 지난해 초저금리 기조로 모든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떨어졌지만 경남은행은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