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장 마리 슈발리에가 2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토부 브리핑룸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뉴시스
[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21일 영남권 신공항이 백지화된 배경에는 천문적 예산과 지역 갈등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큰 영향을 미쳤다.
그간 신공항 후보지 선정을 앞두고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등 해당 지역 및 정치권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신공항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 이유다.
어느 한 곳이 선정되더라도 탈락한 지역의 반발과 이에 따른 정치권 갈등, 신공항 건설 타당성 논란 등 치러내야 할 사회적 비용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ADPi "3가지 시나리오 중 최적의 결과"
국토교통부와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제시한 항공 운영·주변 개발·대기 조건·연계 교통·건설 비용·환경 영향 등 9개 입지선정 기준과 국내외 사례를 고려한 30여개 세부 평가 기준, 가중치(배점) 등을 정하고 심사하는 과정을 거쳐 기존 공항인 김해공항을 확장한다고 밝혔다.
장 마리 슈발리에 ADPi 수석 엔지니어는 "여러 단계 검증을 거쳐 ▲부산 가덕도 ▲경남 밀양 ▲김해공항 확장 등 3개 후보지로 최종 압축해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결과를 도출했다"면서 3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어 분석한 결과, 모든 시나리오에서 김해공항 확장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슈발리에는 "신공항이 장기적으로 수송 능력을 감당할 수 있는 국제공항이 돼야 하고 지역 내 공항의 역량을 더욱 확장하거나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연간 4000만명의 승객을 수용하려면 지형적 요소를 고려한 근접병행 활주로가 2개 있어야 하고 총면적이 4.4㎞×2㎞의 직사각형 모양이 돼야 한다고 봤다"고 말했다.
◆지역사회 갈등·경제성 의문…백지화 계기
신공항 건설 무산은 영남 지역 정치권과 지역의 뿌리 깊은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제언에서 시작됐다. 지역 이기주의와 정치권 암투를 감수할 만큼 경제적 타당성이 있는가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건설 타당성은 물론 향후 신공항 건설 과정에서 치러야 할 사회, 경제적 비용도 무산 배경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에 따르면 당초 신공항 건설에 따른 사업비용은 밀양과 가덕도가 각각 4조765억원, 5조9000억원이다. 이는 노무현·이명박 정부 당시보다 절반가량 줄어든 수치지만 실제 사업 추진비가 10조원을 웃돌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이 영남권을 전통적 텃밭으로 둔 것도 고려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탈락한 지역의 민심을 달래기 위해 정부가 '선물 보따리'를 풀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같은 맥락에서 거론됐다.
◆정부, 2017년 김해공항 확장 추진
결국 정부는 사회적 비용과 갈등 등을 고려해 김해공항을 확장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영남 지역 거점공항으로 지역 주민 모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도로와 철도 등 연결교통망도 충분히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활주로, 터미널 등 공항시설을 대폭 신설하고 공항으로의 접근 교통망도 함께 개선된다. 이를 위해 연내 예비타당성 조사를 추진하고 내년 중 공항개발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하는 등 김해공항 확장을 위한 후속절차를 차질 없이 추진할 방침이다.
강호인 국토부 장관은 "공항건설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와 명성을 가진 ADPi가 5개 지자체가 합의한 방식에 따라 오직 전문성에 기초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분석을 통해 내린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승적 차원에서 이번 평가 결과를 수용해 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