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여의도가 뒤숭숭하다.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이후 정치권이 여파를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영남권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이 곳곳에서 "수용 불가" 등의 입장을 밝히면서 난감한 분위기다. 여야는 6월 임시국회 일정을 조용히 소화하고 있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신공항 여파'에 여론을 주시하고 있다.
[b]◆與 집안단속…물밑 반발 모른척[/b]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각각 '신공항=김해공항 확장'과 '신공항=공약파기'를 강조하며 몸 사리기에 나섰다. 하지만 집안 단속에도 지역구 의원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들리면서 스탠스 취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누리당은 영남 지역 의원들의 반발을 애써 모른 채하며 김해공항 확장이 최적의 결과임을 강조하고 있다.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논의 끝에 김해 신공항이 확정됐다"며 "국가 미래를 최우선 고려해 얻은 최선의 결론인 만큼 이를 존중하고 수용해야 한다. 앞으로 신공항 사업이 차질 없이 되고 성공하도록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전날 영남권 4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정부 결정을 대승적으로 수용해 지역에서 갈등과 분열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하지만 지역구 의원들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구를 지역구로 둔 친박(친박근혜)계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지역민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구체적인 기술적 문제와 확장에 대한 객관적 자료로 가능성이 증명돼야 한다"면서 "김해공항 확장 결정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 앞으로 국회 차원에서 이번 용역 과정을 철저히 조사하고 밝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b]◆野, 반여(反與) 강조…"대통령 사과해야"[/b]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을 정면 겨냥했다. 공약 파기를 주장하며 사과까지 요구한 상황이다. 신공항 백지화 여파를 '반여(反與) 정서' 확산으로 치환, 불똥을 피하기 위한 강온 전략을 구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와 김부겸 의원 등이 신공항 문제에 가세한 바 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영남권 신공항 문제로 나라가 대단히 어수선하다. 애초에 공약을 한 대통령이 아니고서는 이 갈등이 정리될 수 없다"며 "왜 이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소상히 설명하고 국민에게 사과하는 것이 도리"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도 전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지역 간 분열과 갈등만 초래했다"며 대통령의 입장표명을 촉구한 바 있다.
일각에선 여야의 몸사리기에도 불구하고 신공항 불씨가 다시 점화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정치권의 이 같은 행보가 당장 후폭풍을 피할 뿐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b]◆정치권, 영남發 재유치 움직임 방관[/b]
실제 영남권 지역에서는 신공항 재유치 움직임까지 엿보인다. 경남 밀양을 지지하는 남부권신공항범시도민추진위원회는 신공항 재유치 의사를 밝혔고, 부산도 시민단체와 경제인을 중심으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급한 불끄기에만 집중하면서 지역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신공항 재유치 움직임을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파를 피하기 위한 정치권 행보가 더 큰 후폭풍을 부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여야는 일단 '일하는 국회'를 강조하며 상임위 현안보고 청취에 돌입했다. 국회에 따르면 20대 국회는 개원 이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360여건의 법안을 제출했다. 내달 6일 본회의 전까지 논의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셈이다.
국회 일정을 본격화했지만 여야 모두 신공항 여파 매듭짓기에 실패하면서 영남 분열 확산은 물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대립을 키우는 역효과를 불렀다는 비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