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김나인 기자] 이동통신 지원금 비례원칙이 수정되면서 중저가 요금제 가입 소비자 혜택이 높아질지 실효성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현행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고시에 명시된 '지원금 비례성 기준'을 개정, 이달 중 행정예고할 계획이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는 방침이기 때문에 개정안에 따른 실효성에 의문도 제기된다.
23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미래부의 이 같은 고시 개정은 예상된 수순 중 하나다. 지원금 상한제 폐지 시 이동통신사가 고가 요금제와 프리미엄폰을 묶어서 판매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상대적으로 중저가 요금제 혜택이 줄어들 것을 대비한 정부 차원의 방안이라는 것이다.
지원금 비례성 기준은 이동통신사가 통신 요금 수준에 비례해 지원금을 지급하도록 한 규정을 말한다.
이를테면, 10만원 요금제에 30만원의 지원금이 책정될 경우 그 이하 요금제에는 월 납부금 기준으로 요금이 줄어드는 만큼 지원금도 줄어드는 구조다. 단말기 유통법 3조2항에 따른 미래부 소관 고시 내용이다.
그간 업계에서는 단통법 시행 이후 고가 요금제보다 중저가 요금제 이용자가 늘었지만 이동통신사들은 여전히 고가 요금제 위주로 마케팅·혜택을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예컨대 갤럭시 S7 엣지(32G)의 경우 3만원대 요금제를 선택하는 이용자는 SK텔레콤의 경우 14만3000원, KT는 11만원, LG유플러스는 11만5000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반면 10만원대 고가 요금제를 선택하면 통신사별로 각각 25만7000원, 25만3000원, 26만4000원의 지원금이 나온다. 저가 요금제와 비교하면 지원금 규모가 약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미래부가 검토중인 단통법 고시 개정 방안./ 미래부 제공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통법 시행 이후 가뜩이나 지원금이 낮아진 상황에서 더 높은 지원금을 받기 위해 고가 요금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10월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도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도 많은 지원금을 받을 수 있으면 한다"고 제도 손질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고시 개정으로 중저가 요금제를 선택한 소비자도 차등 없이 혜택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미래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요금수준 별 가입비중은 6만원대 이상이 2.4%, 4만~5만원대가 41.8%, 3만원대 이하가 55.8%다.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가 절반을 넘어선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법 규정 위반을 우려한 이통사들이 경직된 상태로 보조금을 제공하려는 경향이 있었다"며 "고시 개정으로 저가 요금제 이용고객들에게도 단말 보조금을 유연하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단통법 이후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이 낮아진 상황에서 이통사들이 저가 요금제 고객 유입을 위해 많은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일시적으로 경쟁을 위해 중저가 요금제의 지원금을 높일수는 있어도 결국 수익 문제로 오히려 프리미엄폰의 지원금마저 줄어들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동통신 3사의 1분기 ARPU는 전 분기 대비 모두 감소했다. SK텔레콤의 1분기 ARPU는 3만6414원으로 전 분기보다 0.7%, KT는 1%가 줄어든 3만6128원을 기록했다. LG유플러스는 1.4% 줄어든 3만5857원이다.
지원금은 가입한 요금제의 수익에 따라 사업자가 전략적으로 책정하는데 이번 고시 개정으로 또 다른 규제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도 저가 요금제 가입자 혜택 확대를 위해 단말기를 공짜로 쓸 수 있게 하는 등 전략적으로 대응해 왔다"며 "고시가 개정되면 눈치 싸움이 시작되는 등 이통사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