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오세성 기자] 영국의 EU 탈퇴가 가시화돼 산업계가 촉각을 기울이는 가운데 석화업계가 안도의 한 숨을 쉬고 있다.
영국은 24일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EU) 탈퇴를 확정지었다. 유예기간인 2년 후에는 유럽 시장체제에서 영국이 독립한다. 이 경우 한-EU FTA에서 영국이 제외되며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현재 한-EU FTA에 근거해 특혜관세를 적용받고 있지만, 2년 후 영국 정부가 자체적으로 설정하는 세율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전자기기, TV, 기계부품 등 업종은 향후 미국, 중국, 대만 등지 기업과 더욱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다만, 석화업계는 별 문제가 없다는 분위기다. 영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이 미미하기에 타격을 받을 일이 없다는 계산이다. 지난해 수출액을 기준으로 한 국내 산업의 영국 의존도는 1.4%로 집계됐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브렉시트 여파에 대해 "전체 산업의 영국 의존도가 1%를 조금 넘는 수준인데 석화의 경우 의존도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진단했다. 한국은 2015년 전체 원유 수입량의 2.4%인 2494만 배럴을 영국(브렌트유)에서 수입했고 타 유종 대비 가격이 비싸 비중을 꾸준히 줄이는 상황이다.
국제시장에서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국제유가가 하락하는 것도 긍정적 요인이다. 연초 배럴당 20달러대로 떨어졌던 국제유가는 최근 50달러까지 오르며 박스권을 형성했다. 하지만 브렉시트 여파로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뉴욕 상업 거래소(NYMEX)에서 오는 8월 인도예정인 크루드 오일 선물가격은 23일(현지시간) 2.64달러(5.2%) 하락한 배럴당 47.38달러에 거래됐다. 8월 인도분 영국 브렌트유 선물도 런던 선물거래소에서 2.64달러(5.2%) 하락해 48.22달러가 됐다.
브렉시트에 국제유가가 하락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브렉시트로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면 그에 반해 달러화나 엔화 가치는 상승한다. 영국 국민투표 당일 파운드화 가치는 7.4% 하락했고 달러 가치는 2.8%, 엔화는 7.5% 상승했다.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진 만큼 영국 내 석유 소비도 줄어들게 되고 그만큼 원유 공급과잉은 심화된다. 원유 소비 감소와 달러 가치 상승으로 국제 유가는 하락하는 것이다. 노무라증권은 "브렉시트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5달러가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나이지리아 원유 생산시설 가동 재개로 인한 원유 공급 증가도 국제유가 하락의 한 요인이다.
국제유가가 떨어지면 나프타크래커(NCC)에서 에틸렌 등의 제품을 생산하는 한국 석화업계는 보다 저렴한 가격에 원료를 확보할 수 있다. 국제유가 하락이 완제품 가격에 실시간으로 영향을 주진 않기에 재고가치 손실도 미미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2014년처럼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급락한다면 타격을 받겠지만 현재 유가는 그런 우려를 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다만 브렉시트가 EU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면 글로벌 수요 위축이 발생할 수 있어 유심히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EU 경제가 둔화되면 중국의 EU 수출이 감소할 수 있다. 지난해 EU는 중국 수출액의 16%를 차지했다. 중국 경제가 둔화되면 석화제품 소비도 줄어들기에 의존도가 높은 국내 석화업계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벌써부터 걱정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