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년 사이 아로마틱스, 넥슬렌 등 신규 공장이 다수 들어선 SK이노베이션 울산 CLX 야경. /SK이노베이션
[메트로신문 오세성 기자] 정철길 부회장이 이끄는 SK이노베이션이 사업 다각화와 비핵심 자산 처분 등 사업 구조 혁신에 힘쓰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이 '기업가치 30조원' 달성을 위해 변화를 지속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2014년 SK이노베이션 사령탑을 맡은 정 부회장은 정유 사업 외에 석유 탐사, 석유화학, 전기차 배터리 등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지난해 정 부회장은 "위기야말로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기회"라며 "재무구조를 안정시키면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SK 구조조정추진본부 출신으로 그룹 내에서 손꼽히는 구조조정 전문가로 평가받는 정 부회장은 SK이노베이션 CEO취임 후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기 시작했다. 페루 가스수송 자회사 TgP의 지분 전량과 포항·인천 유휴부지 매각 등을 단행해 1조원 이상의 부채를 줄였다. 각 계열사가 독립적으로 맡던 재무업무도 SK이노베이션이 총괄했다.
중장기적인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사업과 수익구조도 가닥이 잡혔다. 자원개발과 정유 사업, 석유화학과 중대형 배터리가 그것이다. SK이노베이션의 자원개발 사업은 미국, 페루 등 11개국에서 18건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 두 곳, 페루 세 곳, 리비아, 베트남 등에서 7개 생산광구를 운영하고 있으며 콜롬비아, 모로코 등지에서 7개 탐사광구를 가동하고 있다. 오만, 예멘 등에서도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4개가 운영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확보한 광구의 원유매장량은 국내에서 8개월까지 사용할 수 있는 5억9000만 배럴이다. 일일 생산도 7만 배럴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중국 해양석유총공사로부터 남중국해 탐사광구 운영권도 따냈다.
원유에서 LPG와 경유 등을 추출하며 나오는 나프타와 벙커C유를 처리하기 위해 자회사 SK종합화학도 운영한다. SK종합화학은 추출한 뒤 남은 벙커C유와 나프타에서 화학제품도 뽑아낸다.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은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벤젠, 톨루엔, 자일렌 등을 생산하고 있다. 2014년부터는 중국 국영 석유기업 시노펙과 합작설립한 중한석화를 가동해 1년 만에 영업이익도 거뒀다. 고부가제품 생산을 위한 투자도 지속해 스페셜티 비중을 늘리고 범용제품 비중은 낮출 계획이다.
정철길 부회장(사진)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합작투자, M&A 등 과감한 사업구조 혁신으로 SK이노베이션 기업가치를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는 요즘 SK이노베이션이 가장 신경 쓰는 사업이다. 배터리 사업 후발 주자인 SK이노베이션은 충남 서산에 연면적 5만6000㎡ 규모로 배터리 생산 공장을 조성했다. 지난해 기아 쏘울 전기차와 중국 베이징 전기차 EV200, ES210 등에 배터리를 공급 시작했고 올해는 2017년 출시 예정인 메르세데스-벤츠에 배터리 공급 계약도 따냈다.
이 상황에서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이온전지분리막도 강화했다. 리튬이온전지분리막은 전지 양극과 음극을 분리시켜 사용 중 폭발이나 발화 등의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는 요즘 분리막 기술은 배터리 안전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세계 습식 분리막 2위인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진행 중인 증설이 끝나면 순수 전기차 600만대에 들어가는 중대형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
이러한 변화에는 석화업계가 누리는 지금의 호황이 '알래스카의 여름'이라는 정 회장의 판단이 깔려있다. 알래스카는 7~8월 잠시 날이 풀렸다가 바로 강추위가 닥친다. 글로벌 공급과잉이 꾸준하다는 점에서 석화업계의 호황 역시 일시적일 것이라는 계산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도래할 '겨울 폭풍'에 만반의 대비를 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연매출 48조3563억원을 기록하고 1조8786억원이라는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올해 실적도 양호할 것으로 전망돼 정 부회장이 목표로 내세운 기업가치 30조원을 향한 SK이노베이션의 혁신은 순조로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