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어머니' 하나의 무대 두 가지 이야기
  
  
한 무대에 두 작품 올려…국립극단의 도전
  
  
국립극단이 오는 7월 프랑스의 젊은 천재작가 플로리앙 젤레르의 대표작 '아버지'와 '어머니'를 동시에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올린다.
  
  
27일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윤철 예술감독은 이번 무대를 '국립극단의 도전'이라고 표현했다. 그도 그럴 것이 동일한 무대에 서로 다른 두 편의 작품을 선보이는 것은 국내에서 전례를 찾기 힘들다.
  
  
김 예술감독은 "두 작품은 국립극단이 표방하는 '배우중심' 연극에 걸맞는다고 생각했고, 요즘과 같은 고령화 시대에 젊은 세대가 관람함으로써 극중 아버지와 어머지가 겪는 고통, 외로움, 존재적 위기를 체험하는 기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어 "각각 2010년, 2012년에 쓰여진 '어머니'와 '아버지'는 작품의 형식과 주제에 있어 닮은꼴이 상당히 많다. 자신을 돌보지 않는 딸을 그리워하는 '아버지', 그리고 더이상 자신을 찾지 않는 가족들때문에 빈 둥지 증후군을 겪는 '어머니', 이 두 작품을 따로 공연하는 것보다 교차공연하는 게 관객입장에서 봤을 때 의미가 강하게 올 거라 생각했다"고 교차공연 의도를 설명했다.
  
  
두 작품은 동일한 무대에서 주중에는 번갈아 공연된다. 주말에는 두 작품을 연이어 상연한다. 관객들은 아버지의 치매와 어머니의 우울증을 1인칭적으로 체험하게 될 것이다.
  
  
공연에는 원로배우 박근형과 윤소정이 각각의 작품에 '아버지', '어머니'로 등장한다. 1967년 '이끼 낀 고향에 돌아오다'를 끝으로 국립극단을 떠나 드라마, 영화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온 박근형은 40년만에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선다.
  
  
박근형은 "대본을 보고 꼭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늘 연극은 나의 모태라고 생각해왔다"며 "가족에게 사랑을 갈구함과 동시에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 역은 연기 폭을 넓히는 데 굉장히 좋은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맡은 배역에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오셔서 냉철히 판단해달라"고 말했다.
  
  
윤소정은 평생을 가족을 위해 희생한, 그리고 모두 떠나보내고 난 뒤 공허함에 우울증을 겪는 어머니를 연기한다. 아들의 여자친구를 향한 질투심, 남편의 외도에 대한 병적인 믿음 등 상실감과 의심으로 가득찬 어머니의 심리를 심오하게 그릴 예정이다.
  
  
이병훈 연출은 "중년기에 접어들어 정체성을 잃어버린 여성의 두려움과 불안감을 잘 그려내보이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모두 90분 내외의 짧은 연극이지만, 노령화, 치매, 빈 둥지 증후군, 우울증 등 현대사회의 사회적, 심리적 병인들을 깊이있게 다루면서 독특한 방식의 스토리텔링으로 충격과 감동을 함께 선사한다.
  
  
7월 13일부터 8월 14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