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11조6000억원의 경제적 손실 발생' vs '부패청산하면 국내총생산(GDP) 올라'
27일 오전 국회 상임위원회 곳곳에서 격론이 펼쳐졌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을 놓고 취지와 목적, 결과에 대한 판단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은 시행(9월 28일)을 3개월 앞둔 이날까지도 내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여론과 부정부패 청산이라는 긍정 여론이 첨예하게 엇갈렸다.
일각에선 경제적 타격을 우려, 농·축·수산물을 대상 품목에서 제외시키자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5만원으로 책정된 선물가액을 높이는 방안도 고려된다. 여야 구분 없이 의원들 간 공조 움직임을 보이면서 김영란법 개정 관측도 나온다.
◆'농·축·수산물 제외'…여야 공조 움직임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농어촌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은 내달 초 김영란법 대상에서 농·축·수산물을 제외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 김영란법에서 수수를 금지하는 금품 등의 기준에서 '농림·축산·어업 생산품과 그 가공품'을 제외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추진 중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종태(상주·군위·의성·청송) 의원은 내달 초 여야 의원 공동 발의를 목표로 법안 내용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해수위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이개호(담양·함평·영광·장성) 의원도 해당 법안에 공조는 물론 필요시 관련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고흥·보성·장흥·강진) 역시 농·축·수산물을 제외하거나 선물 가액을 현실화하는 방법 등을 검토 중이다.
◆농식품부 '식사5·선물10·경조사20' 제안
이 같은 반발 움직임은 이날 국민권익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을 대상으로 업무보고가 진행된 정무위와 농해수위에서도 재현됐다.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은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농축수산물 판매 피해액을 8000억~9000억원으로 산정했다. 이에 앞서 농식품부는 지난 22일 권익위에 농축산 관련 업계 입장을 반영한 의견서를 전달했다. 해당 의견서에서 농식품부는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국산 농축산물 수요 감소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취지로 '식사 3만원·선물 5만원·경조사비 10만원'인 허용 기준액을 각각 5만원·10만원·20만원으로 조정했다. 물가 상승률과 선물세트 가격 등을 고려한 액수다.
이개호 의원은 이날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을 근거로 "연간 농축수산물 판매 손실이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법의 시행 이후 농어촌 현장에 미칠 수 있는 심대한 타격에 대해 농림부가 더 관심 갖고 봐달라"고 강조했다.
◆권익위 '검토 중'…"확정안 나오면 의견 표명"
정무위에선 전반적인 경제 효과를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새누리당 김성원 의원은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연간 11조6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는 점, 법 적용대상이 포괄적인 점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러자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권익위 자체 용역결과 보고서를 들어 "부패청산지수가 1% 상승하면 국내총생산(GDP)가 0.029% 오른 것으로 나와 있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권익위가 김영란법을 후퇴시키고자 하는 시도에 단호히 맞서달라"고 당부했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가 오히려 크다는 주장이다.
정부도 미비한 경제 효과 등에 공감하면서 개정 가능성에 불을 지피고 있지만 주무 부처인 권익위는 시행령 상한액 조정 등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성영훈 권익위원장은 이날 정무위에서 "입법예고 기간이 지난 이후에 제출된 다양한 의견들을 검토하고 있어서 아직 확정안을 마련한 단계가 아니다"라면서 정부부처와 의견 조율을 거쳐 적절한 시점에 의견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