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직원이 100원 동전과 노트북 '스펙터'에 들어간 LG화학 배터리를 들어 두께를 보여주고 있다. /LG화학
[메트로신문 오세성 기자] LG화학의 배터리 기술이 생활 속 혁신을 불러일으켜 화제다.
지난 4월 HP가 세상에서 가장 얇은 노트북 '스펙터'를 공개했다. 13.3인치 노트북 스펙터는 두께가 기존 울트라북 등의 13㎜ 얇은 10.4㎜에 불과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일반적인 노트북에는 원통형 배터리가 사용되지만 HP는 세상에서 가장 얇은 노트북을 만들기 위해 폴리머 배터리 사용을 결정했다. 하지만 적합한 폴리머 배터리를 찾기는 어려웠다. 대부분의 폴리머 배터리는 충·방전이 반복되면 부풀어 오르는 등의 변형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HP의 고민은 LG화학이 해결했다. LG화학은 독자 기술인 '스택 앤 폴딩' 방식을 적용해 안정적으로 두께는 줄이면서 에너지 밀도는 높은 폴리머 배터리를 개발했다. LG화학이 개발한 배터리 두께는 1.6㎜로 매우 얇아 노트북의 빈 공간에 계단처럼 적층해 사용할 수 있다. 에너지 밀도는 높아 스펙터의 배터리 지속 시간 9시간 30분을 확보했다.
일반적인 배터리 제조사들은 두루마리 휴지를 마는 것 같이 전극을 돌돌 말아 사용하는 와인딩 기술을 채택하고 있다. 때문에 변형이 발생하고 부피가 커진다.
29일 LG화학에 따르면 스택 앤 폴딩은 양극재, 분리막, 음극재 등을 층층이 쌓은 뒤 전해질을 주입해 배터리를 만드는 방식이다. 스택 앤 폴딩은 셀 단위로 자른 전극을 쌓아 접음으로써 2㎜ 미만의 초슬림 배터리를 구현한다. 전극을 나누어 쌓는 구조이기 때문에 독창적인 변형도 가능하다. 오랜 시간 사용해도 변형이 없고 성능이 유지돼 계단식 구조의 '스텝'배터리 구현도 가능하다.
와인딩 방식으로 만든 폴리머 배터리는 충·방전이 지속되자 부풀어오르는 등 변형이 발생하는 반면 LG화학이 스택 앤 폴딩 방식으로 만든 배터리는 처음의 상태를 유지한다. /LG화학
1998년 국내 최초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생산한 LG화학은 세계 전지 시장에서 다양한 배터리를 개발해왔다. 2013년 하반기 '스텝', '커브', '와이어' 배터리를 개발한 이후 소형전지 부문에서 신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프리 폼 배터리' 부문에서 2년 만에 고객사 13곳을 확보하며 시장 공략을 강화했다.
기술 혁신도 멈추지 않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육각 형태의 스마트워치용 '헥사곤 배터리'를 개발해 양산하고 있다. 스택 앤 폴딩 방식도 도입해 다양한 형태의 배터리 제작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추후 휴대폰, 노트북 등 IT 제품에 사용될 사각형 배터리 신제품도 수년 내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가운데 구멍이 뚫려 'ㅁ'형태를 하는 이 배터리는 IT기기 내부 공간 활용을 극대화해 기존 사각 배터리보다 용량이 20% 가량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LG화학은 전동공구, 가든툴, 전기자전거, 드론 등 소형 전지 부문 신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원통형 배터리 신제품 '20650'도 연내 양산할 계획이다. 20650은 지름 20㎜, 길이 65㎜ 규격을 의미한다. 기존 배터리 표준 제품인 '18650'(지름 18㎜, 길이 65㎜)보다 용량이 24% 가량 늘어났다.
LG화학은 드론 산업 발달이 세계 소형 전지 시장 성장을 가속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최고 수준의 배터리 기술력을 앞세워 1위 사업자 지위를 강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