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정치권이 혁신에 칼을 빼들고 관련 법안의 입법을 추진한다. 사진은 가족채용으로 물의를 빚은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홍보비 리베이트 파동으로 논란을 일으킨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왼쪽부터)/뉴시스
[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20대 국회가 또 다시 혁신에 칼을 빼들었다. 국민의당 홍보비 리베이트 파동을 시작으로 국회의원들의 가족채용이 도마에 오르면서 자정능력을 키우자는 움직임이 급물살을 탔다.
해묵은 과제, 정치 쇄신을 이루겠다는 것이지만, 한차례 논의 없이 관련법이 폐지됐던 과거 국회의 행보를 답습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여야, 법제화 행보 본격화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특권 내려놓기'에 원칙적 합의를 이루고 이달부터 법제화 행보를 본격화한다. 이와 함께 여야는 자체적으로 쇄신을 골자로 한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새누리당은 불체포특권을 비롯해 세비동결, 친인척 보좌진 채용 금지 등을 법제화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도 논란을 일으킨 서영교, 김수민 의원에게 자진탈당을 권유하는 등 자체 자정 노력에 나선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지난 1일 국회의원 윤리 법규 개정안을 국회의장 의견 제시 형태로 국회 운영위에 제안하기로 하면서 국회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강효상 새누리당 의원도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일명 김영란법)에 국회의원의 민원성 로비를 예외로 인정한 조항을 삭제하는 입법을 추진키로 하면서 특권 내려놓기에 힘을 실고 있다.
정치권이 여야를 막론하고 특권 내려놓기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일각의 시각이다. 잇따른 악재로 국민 여론이 악화되면서 여야가 혁신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다. 막상 논의에 돌입하면 흐지부지되다 결국 무더기 폐기된 과거 국회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개혁 공염불…19대 국회 닮은 꼴
이처럼 부정적인 관측이 나오는 이유는 국회 혁신 움직임이 19대 국회 등 과거와 닮아있기 때문이다. 여야가 이번 국회에서 추진하게 될 내용들은 지난해 '국회의원 윤리실천규칙안'으로 법안이 제출된 바 있다. 규칙안은 정확히 1년 전인 지난해 7월 3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상정됐지만 한 차례 논의도 없이 결국 폐지됐다.
당시 운영위원장이던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소위에 넘겨 논의를 이어가자고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소위에서 논의할 법안이 여야 간사 합의로 정하게 돼 있는 점을 감안했을 때 다른 쟁점 법안에 밀린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여야 모두 자정에 관심이 없었던 셈이다.
19대에선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의원들의 체포동의안도 번번이 부결됐다. 송광호 새누리당 전 의원의 체포동의안도 국회에서 부결된 바 있다. 하지만 재판에서 결국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국회의원들의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일었다.
반면, 체포동의안 투표로 정치적 타격을 받은 의원이 최종 무죄를 받은 사례도 있다. 이를 들어 재판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국회의 유죄 낙인찍기는 안 된다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국회의원들의 가족채용 역시 일부를 전체로 확대하는 것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의원·보좌진들도 있다. 관련 법안 등이 실질적 단계에서 유의미한 결과 도출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법제화돼도 결국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개혁은 법이 아닌 의원들의 인식변화에서 시작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