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맏형인 삼성전자의 4일 종가는 146만6000원.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직후인 2008년 말 45만1000원보다 200% 넘게 뛴 것이다. 하지만 2016년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9.1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3배이다. 애플 4분의 1 수준으로 푸대접을 받고 있다.
시장에선 구속(성장성)과 구질(내용)만 놓고보면 삼성전자가 한국경제와 증시의 '제1선발'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주식시장에 투자자들의 평가도 달라졌다. 지난 1, 2월만 해도 외국인의 '사자'가 한국증시에 불을 지폈다면 최근 6~7월에는 삼성전자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라는 악재를 헤쳐나가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덕분에 코스피는 2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2·4분기에 최대 8조원대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무려 2년 만이다.
◆고동진의 '갤럭시S7', 영업이익 8조 이끈다
삼성전자는 올 1·4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6조6700억원이었다. 두 자릿수(11.65%)증가세라는 깜짝 실적이다. 1·4분기가 전통적인 비수기 탓에 매출액 5.6% 늘어난 상황에서 거둔 실적이다. 삼성전자가 빠르게 체력을 회복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스마트폰 '갤럭시S7'의 판매 증가는 삼성전자의 'V자형' 반등을 완성할 것이란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은 2분기(4∼6월)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최대 8조 원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도 하고 있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7조3230억원이다.
시장의 관심은 삼성전자가 2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 8조원을 넘어설지에 모아진다.
삼성전자는 2012년 3분기부터 2014년 1·4분기까지 7분기 연속 8조 원대 이상의 실적 고공행진을 펼친 바 있다. 역대 최고점은 2013년 3분기의 10조1600억 원이다.
NH투자증권은 이날 삼성전자의 2·4분기 영업이익이 8조1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안타증권도 8조원을 예상했다.
삼성전자 2·4분기 수익성 개선의 일등공신은 IM(IT모바일) 사업으로 분석된다.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의 첫 데뷔작인 '갤럭시S7'시리즈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덕분이다. 여기에 저가형 갤럭시 A·J 시리즈의 물량증대, 모델 단순화 효과 등이 결합돼 4조 원대 영업이익을 올릴 전망이다. 4조5000억 원 이상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NH투자증권 이세철 연구원은 "스마트폰과 가전의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2분기 영업이익은 8조1400억원에 달할 것"이라며 "특히 스마트폰이 속해있는 IT·모바일(IM) 부문은 갤럭시S7 판매에 힘입어 4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꾸준히 2조 원대 중후반의 호실적을 낸 반도체 부문도 낸드플래시가 효자로 자리했다. 기업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 고가 제품 판매 증가와 48단 트리플레벨셀(TLC) 수율 개선으로 큰 폭의 이익률 상승이 기대된다.
CE(소비자가전) 부문은 2분기 1조 원 안팎의 흑자 폭을 늘린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투자증권 송명섭 연구원은 "CE 부문의 이익 증가는 TV 부문이 이끈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2분기 TV 부문에서는 6%의 출하 증가와 SUHD TV 등 고가제품 판매 확대에 따른 평균판매단가(ASP) 상승, 디스플레이 등 부품 가격 하락으로 이익률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분기 CE 부문의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134% 증가한 1조2000원으로 추정했다.
◆이재용의 용병술 통했다, 한국 증시는?
삼성전자 IM부문은 '갤럭시S4'가 불티나게 팔려나간 2013년 3분기 6조7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당시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은 사상 처음으로 10조 원을 넘겼다. '삼성전자 위기론'을 딛고 일어설 핵심 동력은 결국 스마트폰 판매량에 달려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갤럭시S7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뭘까.
뛰어난 제품 경쟁력이다. 갤럭시S7와 엣지에 대한 평가는 찬사 그 자체다. 삼성이 지금까지 선보인 제품 중 단연 최고'라는 평가와 함께 미국 컨슈머리포트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고, 유럽 주요 IT매체 리뷰에서 만점을 획득했다.
스마트폰이 잘 팔리면 모바일AP를 납품하는 DS부문은 물론이고 주요 부품을 만드는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등 전자 계열사들의 실적도 덩달아 개선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시장에서는 또 다른 평가도 내놓는다. 바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용병술이 주요했다는 것. 이 부회장은 지난해 말 갤럭시S6, 갤럭시노트5 등 스마트폰 개발을 주도해 온 고동진 개발실장(전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발탁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판매를 뒷받침할 주력 솔루션으로 기대하는 삼성페이도 고 사장 작품이다.
삼성전자의 성장은 한국 경제와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할 전망이다.
올 1·4분기 삼성전자를 뺀 코스피 상장사의 전체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0.48% 감소했다. 2·4분기도 삼성전자의 영향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 150곳의 2·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합계는 33조2691억원 가량이다. 한 달 전 보다 2.18% 상향 조정된 수치다. 하지만 8.94% 상향 조정된 삼성전자를 뺀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삼성전자의 실적은 한국증시의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실제 최근 2·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높은 8조원대까지 상향 조정되자 주가도 탄력을 받고 있다. 코스피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시총 비중은 14.6%에서 16.6%로 2%포인트나 커졌다.
대신증권 조승빈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잠정실적 발표와 함께 2분기 실적 시즌이 시작된다"면서 "실적시즌을 앞두고 시장전체 영업이익 컨센서스의 상향조정이 이어지면서 시장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IBK투자증권 김경훈 연구원은 "국내 상장사 2분기 이익은 과거 경험상 가장 연속성이 큰 분기다"면서 "지난 분기 호실적을 발표한 종목들의 이익 리비젼 향방이 중요해진 시점이다"고 말했다. /김문호기자 kmh@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