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올해 안에 건보료 개편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현 건보료 부과체계의 최대 쟁점은 직장 가입자와 지역 가입자 간 형평성 문제다. 현재 직장 가입자는 소득을 기준으로 건보료가 매겨지지만, 지역 가입자는 소득 뿐만 아니라 주택이나 차량 등과 같은 재산이나 성별, 나이 등 각각 다른 기준으로 건보료가 부과된다. 이에 따라 직장 가입자와 지역 가입자 간 건보료는 최대 3배가량 차이가 난다.
◆수십년간 불평등 초래해 온 건보료 부과체계
건보료는 지난 1977년 500인 이상 사업장부터 도입, 1989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됐다. 27년 동안 시대 변화와 함께 맞물리지 못하고 낡은 틀을 고수해 오면서 지금과 같은 불평등이 초래됐다. '직장 따로, 지역 따로' 식의 기본 체제를 유지하면서, 당시 소득 파악이 어렵다는 이유로 지역 가입자에 대해 주택이나 자동차 등으로 보험료를 부과하기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이에 따라 실직·퇴직자의 건보료 부담을 키우는 건보료 체계가 지속되고 있다.
실직·퇴직 시 직장 재직 때보다 건보료가 크게 뛰는 현상은 차량 등으로 지역 가입자의 재산을 추정하는 역할이 한계에 다다른 탓이다. 도입 당시만 해도 아파트나 차를 보유하는 것은 부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일반적인 수준으로, 시대 상황이 변했다. 아파트값 등 가격도 크게 뛰어 건보료 부과 척도로 사용하기엔 무리라는 지적이다.
신영석 보건사회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과거 설정한 재산·자동차 기준을 통해 지역 가입자들이 건보료를 부담할 경제적 능력을 따지는 것은 현 시대에 있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피부양자 제도 등 현 건보료 체계 문제점 산재
2052만명에 달하는 피부양자 제도도 논란이다. 현 건보료 제도하에선 직장 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재될 경우 건보료를 아예 내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피부양자 기준이 너무 느슨하다는 데 있다. 연간 연금소득과 금융소득, 근로소득과 기타소득 등을 합친 금액이 각각 4000만원 미만이다. 예컨대 4억원 상당의 아파트와 10억원가량의 예금을 보유하고 있는 직장 가입자가 퇴임 후 지역 가입자가 되면 월 12만1000원의 건보료를 내야 하지만 직장 가입자인 자녀의 피부양자가 되면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재산이 적을수록 건보료 부담이 늘어나도록 설계된 점도 문제다. 현 체계에선 재산을 최저 100만원에서 최고 30억원 초과까지 총 50개 등급으로 분류한다. 가장 재산이 적은 1등급(평균 재산 275만원)은 재산의 1.7%를, 50등급(재산 30억원 이상)은 0.11%를 적용하는 등 등급에 따라 다른 건보료율을 적용한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소득을 단일 기준으로 건보료 부과체계를 개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당장 보험료를 인상하기보단 시간을 갖고 단계적으로 보험료를 인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부-정치권 건보료 개편 공감 "소득 기준해야"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은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공청회를 실시, 직장 가입자와 지역 가입자간 건보료 구분을 아예 폐지하고 소득만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부과하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지역 가입자에게만 적용됐던 자동차 등 경제활동참가율을 보험료 부과 요소에서 제외했다. 모든 가입자에게 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동일한 부과 기준을 적용했다. 보험료 부과 대상 소득은 근로소득을 비롯 사업·이자·연금·증여소득, 소득세법상 2000만원 이하 금융소득 등이다.
피부양자 제도 역시 폐지했다. 직장 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록된 인원 중 재산이 많은 사람이 적지 않은 탓이다. 소득이 없는 피부양자나 무소득 가구는 최저 보험료를 부과했다.
김종대 정책위원회 부의장은 이날 "지난해 보험료 부과대상 소득을 개편안에 적용해 보니 전체 가입자의 90% 이상이 보험료가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더민주당의 안이 이상적이지만 소득을 파악해 100% 보험료를 징수한다는 기본전제가 다소 추상적이란 지적이다.
강도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피부양자와 직장 가입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양도소득과 퇴직소득에 보험료 부과시 서민에게 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부작용 등 검증할 내용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직장 가입자와 지역 가입자간 구분은 유지하되 금융 소득과 재산에 매겨지는 종합소득 보험료를 점진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정부는 지난 2013년 7월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단을 발족, 1년 반 넘게 개선안을 검토해 왔다. 지난해 초 금융소득과 연금소득을 건보료에 반영한다는 내용의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전면 취소하며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더민주당 안과 상호보완을 위해 올해 안에는 꼭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