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8일 한화는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기관 투자가를 상대로 진행한 수요예측에 나섰다. 그러나 유효 밴드 내 770억원의 자금 밖에 들어오지 않아 230억원의 수요 미달이 발생했다.
#. 대림산업은 회사채 2000억원의 차환을 추진했다가 발행상황이 여의치 않아 사모사채를 유동화하는 방식으로 2200억원을 조달했다. 대림산업 자체 신용도로는 채권발행이 어려워 S-Oil 온산공장 건설대금을 담보로 제공해 신용도를 보강했다.
회사채 시장에 때 아닌 '마른장마'가 찾아왔다. 지난 6월 수요예측 금액이 28.5%나 줄었다. 이같은 현상은 보통 휴가 시즌인 7월과 기관투자가의 연말 북 클로징(회계결산)이 있는 12월에 나타난다. 이런 가운데 양극화 현상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6월 수요예측 28.5% 감소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6월 수요예측 금액은 1조5950억원으로 전월 대비 약 28.5%감소했다.
미달액(수요예측액-밴드포함액) 230억원으로 미달률은 1.4%를 기록했다.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가 안착되기 시작한 2014년부터 2015년 말까지 수요예측 금액 평균은 2조6411억원이다. 월간 수요예측 금액을 평균값으로 차감한 금액을 누적하면 2016년부터 수요예측 금액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을 알수 있다.
하지만 흥행에 성공한 곳도 있다. A등급 회사채인 노루페인트, 하나에프앤아이 등에는 수요가 몰렸다. 이들 모두 오버부킹된 가운데 공모금리는 각각 개별민간평가 대비 각각 25bp(1bp=0.01%포인트), 55bp 낮게 결정됐다. 이는 시장 여건이 좋아졌다기 보다는 수급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신한금융투자 김상훈 연구원은 "6월 초부터 불거진 브렉시트(Brexit) 논란으로 시중금리 불확실성이 점증하면서 발행사들이 자금 조달을 망설였다"면서 "현재 한화 수요예측 이후로 회사채 발행을 진행 중인 곳은 3개 발행사(2500억원 규모)로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같은 분위기에 7월 효과까지 더한다면 여전히 수급이 이끄는 결정금리 강세 효과가 전망된다"고 말했다.
◆움츠린 기관, 7월에도 기업들 회사채 발행 줄 듯
양극화현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공모시장에서 A급 회사채를 발행한 곳은 한화손해보험(A+), 노루페인트(A-) 단 두 곳이다.
BBB급 이하는 한건도 없었다.
NH투자증권 김선주 연구원은 "브렉시트 현실화에 따라 회사채 투자심리가 냉각되면서 크레딧 스프레드는 확대될 전망"이라며 "안전자산 추구 경향이 시장전반으로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은 회사채에 대한 투자를 미루고 향후 투자시기를 저울질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회사채 만기도래 규모는 전월과 유사한 수준이지만, 발행규모는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회사채 시장 경색으로 공모시장에 발을 들이지 못하는 저등급 기업들은 사모시장으로 우회하면서 자금조달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투자증권 김기명 연구원은 "수급 관점에서 시중 유동성은 풍부한 반면 7, 8월 회사채 발행 비수기 진입으로 물량 공급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고 특히 연간 발행물량이 기조적으로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캐리투자 관점에서 우량 크레딧의 수익률 매력도가 약화돼 7월 크레딧 스프레드는 강보합세 정도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선순위 무보증 회사채 신용등급이 하향된 기업은 31곳이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43곳)과 비교해 12개 적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