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양성운 기자] "차량을 비교할 때 단순히 제원만 보고 판단하면 안된다."
현대자동차 '아슬란'을 시승하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전륜 구동 프리미엄 대형 세단 아슬란은 현대차가 그랜저와 제네시스의 중간 차급으로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해 내놓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차 자체의 성능보다 두 차량 사이에 끼인 모델이라는 인식이 컸다. 만약 단순히 제원만 본다면 아우디·폴크스바겐의 파사트나 A4도 아슬란처럼 애매한 포지셔닝이란 인식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3박 4일간 아슬란 3.3을 시승하면서 '왜 그런 생각을 했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아슬란은 그랜저가 갖지 못한 정숙성과 주행감·연비 등 뛰어난 성능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아슬란을 타고 서울 여의도를 출발해 충청남도 보령시 대천해수욕장을 다녀오는 약 330㎞ 거리를 시승하면서 놀라웠던 점은 바로 정숙성과 뛰어난 주행감이다. 시동을 걸어도 엔진소음이 실내로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또 가속페달을 밟아 속도를 내도 하이브리드 차량과 비슷한 정도로 조용했다. 주행 시에도 노면소음은 물론, 진동과 풍절음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는 그랜저와 달리 전면 윈드쉴드뿐 아니라 전·후석 도어 유리에 이중접합 차음유리를 적용해 외부 소음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또 엔진룸과 주요부위에 흡차음재 확대 적용으로 소음 및 진동을 최소화한 결과다.
주행성능도 만족스러웠다. 아슬란은 람다Ⅱ V6 3.3 GDi의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돼 최고출력 270마력, 최대토크 31.6㎏·m 등의 힘을 낸다. 저·중속 구간에서 핸들링은 부드러운 반면 고속 구간에서는 묵직하면서도 정교했다.
무엇보다 아슬란의 가장 큰 장점은 운전자의 편안한 주행을 위해 다양한 편의 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와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EPB), 스마트 후측방 경보시스템,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LDWS), 전방추돌 경보 시스템(FCWS), 진동 경고 스티어링 휠 등 편의·안전 기능들이 대거 장착돼 운전을 쉽게 만들었다.
특히 HUD가 다른 차종보다 친절해 전방에 시선을 떼지 않고도 운전할 수 있도록 도왔다. 글씨 크기도 눈에 쏙 들어왔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나치게 운전을 간섭한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연비도 만족스러웠다. 4일간 성인 5명, 트렁크에 여행 장비를 싣고 도심과 고속 주행을 진행한 결과 평균 연비 10.3㎞/L를 기록했다. 아슬란의 공인 복합연비는 9.5㎞/L(도심 8.1 고속 11.9)다.
아슬란을 시승한 결과 그랜저와 아슬란, 제네시스를 단순 비교하기 보다 직접 차량을 시승을 한 뒤 판단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대차가 2016년형을 내놓으면서 가격을 낮췄다는 점에서 향후 시장에서 어떤 반응이 나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