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20대 국회의 첫 국정조사(국조)가 본격화된다. 시작은 해묵은 과제였던 '가습기살균제 사건'이다. 다만 국조에 피해자들이 조사 대상으로 요구했던 검찰과 법무부를 제외키로 하면서 불안한 출발을 예고했다. 쟁점이었던 항목들을 일부 삭제하면서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반쪽짜리 국조라는 지적이 불가피하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향후 잇따를 국조와 청문회 역시 정치권 논리에 앞서 알맹이가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는 6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재석의원 250명이 전원 찬성으로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대한 국조계획서를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특위는 90일 동안 업체의 책임소재와 피해 고의은폐 의혹 규명, 정부 정책의 구조적 부실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피해자에 대한 배상·보상 문제도 논의테이블에 오른다.
가습기살균제 특위가 이날 오전 채택한 계획서에 따르면 조사대상에는 국무조정실, 환경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 정부부처와 옥시레킷벤키져, 애경 등 제조·판매·원료공급업체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가습기살균제 국조의 핵심이었던 법무부와 검찰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늑장수사의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던 피해자들의 주장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실제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된 첫 고소장을 2012년 접수했지만 4년 뒤인 올해 수사를 진행, 각종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여야는 향후 국조 진행과정에서 이들 기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지 여부를 추가 논의키로 했지만 실현가능성이 적다는 관측이 나온다.
가습기 살균제 국조가 가까스로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원활한 조사가 이뤄질 지도 미지수다. 가장 큰 문제는 시기다. 7~8월이 여름휴가 기간과 겹치는데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8월 6∼22일)이 열리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에 따라 여야는 국정조사 기간을 60일로 하고 청문회 개시일을 8월 22일로 하는 내용을 협의 중이다. 다만 여야가 각각 8월 9일과 27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국조가 이슈에서 밀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야의 책임 공방으로 국조가 정쟁으로 흐를 가능성도 크다. 여당은 이 사건이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부터 시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0년 초반 가습기 살균제 판매 허가가 났다는 이유다. 반면 야당은 박근혜 정부의 대응 등 책임을 집중적으로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청문회 증인 채택은 국조의 뇌관이 될 전망이다. 여야는 국조계획서에 '여야가 요구하는 증인 및 참고인은 여야 간사 간 협의를 거쳐 위원회 의결로 채택한다'고 명시했다.
구체적인 기준이 아닌 '여야 합의'로 명시하고 있어 정부부처, 기업 관계의 증인 소환 문제를 놓고 여야 간 공방이 불가피하게 된 셈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오늘 본회의에서 가습기 살균제 국정조사 계획서가 의결되면 본격적으로 국정조사가 시작된다"며 "어느 정권의 책임인지 공방을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이런일이 벌어졌는지 살펴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 국조 특위에는 위원장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포함, 새누리당 소속 김상훈(간사)·김성훈·이양수·전희경·정운천·정유섭·최교일·최연혜·하태경 의원, 더민주 소속 홍익표(간사)·금태섭·신창현·이언주·정춘숙 의원, 국민의당 소속 송기석(간사)·김삼화 의원,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