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터널'의 김성훈 감독(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배우 오달수, 배두나, 하정우(왼쪽부터)가 7일 오전 서울 CGV 압구정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손진영 기자 son@
올 여름 또 하나의 기대작인 영화 '터널'(감독 김성훈)이 7일 오전 서울 CGV 압구정에서 제작보고회를 열고 본격적인 개봉 준비에 들어갔다.
'터널'은 무너진 터널 안에 고립된 남자 정수(하정우)와 터널 밖에서 그를 기다리는 아내 세현(배두나), 그리고 어떻게든 정수를 구하고자 하는 구조대장 대경(오달수)의 이야기를 그린 재난영화다. 2013년 영화 '끝까지 간다'로 345만 관객을 동원한 김성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특히 영화는 지난해 '암살'로 천만 관객을 사로잡은 배우 하정우와 오달수가 다시 호흡을 맞춰 화제가 됐다. 여기에 최근 할리우드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배두나가 2년 만에 한국영화로 컴백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들 세 배우가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시나리오가 지닌 독특한 흥미로움 때문이었다.
하정우는 "터널 밖에서는 한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열심히 구조 작업을 펼치지만 정작 터널 안에서는 갇힌 현실을 받아들이고 적응해가는 정수의 모습이 아이러니하게 다가왔다"며 "블랙 코미디 같은 아이러니함에 작품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두나는 "일상에서 일어날 법한 일이지만 전형적인 영화가 아니었다. 터널 안 정수의 이야기와 터널 밖 대경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세현도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달수는 "오래 전 삼풍백화점 무너진 곳에서 연극을 하려다 허가가 나지 않아 성수대교 앞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다. 연극하는 사람들의 씻김굿 같은 공연으로 의무감에 참여했다"며 "이번 영화도 그와 비슷한 마음으로 참가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뜻하지 않은 재난, 그 속에 갇힌 사람과 그를 구하기 위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2014년 일어난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김성훈 감독은 "세월호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쓰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영화가 원작으로 삼은 소재원 작가의 동명 소설도 세월호 참사 이전에 쓰였기 때문이다. 다만 김성훈 감독은 "세월호와의 연관성을 느낀다면 그런 현실이 슬픈 게 아닐까 싶다"고 자신의 생각을 덧붙였다.
영화는 버러진 터널을 실제 터널처럼 꾸미고 붕괴 현장 또한 진짜처럼 재현하는 등 리얼함을 살리는데 초점을 맞췄다. 터널에 갇힌 남자를 연기한 하정우는 "먼지와 싸우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제작진 배려로 콩가루와 숯가루 등이 날렸지만 그럼에도 공기와의 싸움이 쉽지 않았다. 나만 빼고 감독님 이하 스태프들 모두 분진 마스크를 쓰고 있는 걸 보면 얄밉기도 했다"고 촬영 에피소드를 전했다.
'터널'은 다음달 1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여름 대작들 사이에서 현실적인 액션과 스릴, 유머가 녹아든 영화로 관객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각오다. 김성훈 감독은 "여름에 개봉할 만큼 자신 있다고 건방진 것 같은데 또 자신이 없다고 하면 여름에 개봉하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무더위 속에서 볼 만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고 기대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