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의 부동산, 특별자산 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과거에 중국, 동남아 등지로 원정 투자에 나섰다가 금융위기로 '쪽박'을 찬 전례가 있어 아직까지는 조심스럽지만 해외부동산 투자시장에 온기가 부는 것만은 분명하다.
저금리 시대에 한 푼의 돈이 아쉬운 고액 자산가 등 '큰손'들이 몰리면서 특별자산 투자도 늘고 있다.
◆ 해외 부동산 투자 활발
10일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펀드의 부동산·특별자산 투자액은 23조8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체 해외 자산투자액 73조5000억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부동산·특별자산 투자액은 지난 2013년 처음으로 10조원(12조6000억원)대를 넘어선 이후 꾸준한 증가세다. 2014년과 2015년 말 투자액은 각각 15조9000억원, 21조 8000억원이었다.
해외 부동산투자는 펀드 뿐만 아니라 국내 기관을 중심으로 활발하다.
미래에셋은 지난해 미국 하와이 빅아일랜드의 특급호텔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랜드마크 호텔을 사들인 데 이어 최근에는 하와이 오아후의 또다른 랜드마크 호텔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미국 시애틀 본사 사옥 일부를 인수하기로 했다.
NH투자증권은 하나금융투자와 함께 하나자산운용이 조성하는 부동산펀드를 통해 폴란드 중서부 포즈난에 위치한 아마존 물류센터를 약 1000억원에 매입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자산운용사들이 결성한 부동산펀드에 참여해 폴란드 브로츠와프 아마존 물류센터(약 930억원), 호주 캔버라 루이사로손 빌딩(약 2070억원), 벨기에 브뤼셀 아스트로타워(약 2100억원) 등 해외 부동산 3개를 잇따라 사들였다.
지난해 6월 삼성생명 100% 자회사인 삼성SRA자산운용이 설정한 블라인드 펀드를 통해 미국 시카고 BMO해리스은행 본사(약 3800억원)와 프랑스 파리 소웨스트타워(약 4000억원)를 사들였다.
특별자산펀드는 농축산물부터 미술품, 영화, 선박, 도로, 특정 사업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한 뒤 가치를 키워 매각하거나 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상품이다. 상품구조가 복잡하고 비교적 장기간 환매가 금지된 상품이 많다 보니 80% 이상이 고액 자산가나 기관 등을 대상으로 한 사모펀드 형태로 운용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기관들이 채권 비중을 크게 가져가면서 주식에 일부를 투자했지만 최근 변동성이 커지면서 주식보다는 대안상품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특별자산펀드도 변동성이 채권보다는 조금 높지만 수익률은 플러스 알파를 기록하는 편이라 기관에서 꾸준히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보험사 부동산 투자 확대
해외 부동산 투자가 급증하는 주된 원인은 저금리·저성장이라는 국내 경기와 무관치 않다.
저금리·저성장 여파로 전통적인 투자 상품인 주식이나 채권에서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지자 어느 정도 안정적인 투자성과를 거둘 수 있는 해외 부동산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리스크다.
2016년 3월 말 현재 부동산펀드의 레버리지비율(총자산/순자산)은 1.6배에 달한다. 증권펀드(1.2배) 보다 0.4배 가량 높다. 특별자산펀드 1.0배 가량이다.
한국은행은 "주식, 채권 등 전통적 투자에 비해 리스크 관리가 쉽지 않은 기관투자가의 부동산 및 특별자산 펀드, 해외자산 투자규모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부동산 펀드의 경우 타인자본 의존도가 높아 손익 변동성이 크고 주요 투자대상인 오피스빌딩의 투자수익률 부진, 공실률 상승 등으로 수익률 저하 가능성에 노출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자산 투자규모도 2011년 이후 부동산 및 특별펀드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어 해당 투자지역의 경제여건 및 제도 변화 등의 리스크가 국내 투자자에게 전 가될 소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해외 주식 자산 투자는 3월 말 현재 16조4000억원 이었다. 지난해 말 16조9000억원 보다 5000억원이나 줄어든 것이다. 해외 주식투자 규모는 지난 2010년 39조6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