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김승호 기자]시계가 째깍째깍 하반기로 넘어왔지만 기업들의 눈앞에 닥친 경영 환경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산업 업황은 전반적으로 구름이 끼여 우울한 가운데 2·4분기 다소 회복되는 듯 했던 제조업 경기도 3·4분기에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0여개 협·단체와 공동으로 '하반기 산업기상도'를 조사해 11일 내놓은 결과에 따르면 자동차를 비롯해 기계, 정보통신(IT)·가전, 철강, 섬유·의류는 모두 '흐림'으로 나타났다. 기상도에서 '흐림'은 곧 '어려움'을 의미한다. 특히 조선은 '비'가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나마 하반기에 양호할 것으로 보이는 업종은 '건설'과 '정유·유화' 정도였다. 건설의 경우 저금리 및 공공건설 수주 효과 등이 기대되고, 정유·유화는 아시아 수출 상승 탄력이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건설은 하반기에 종합심사낙찰제(종심제) 효과를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종심제는 300억원 이상 공공건설 시공사를 선정할 때 최저가낙찰이 아닌 공사 수행능력, 가격, 사회적 책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뽑는 방식이다. 이 제도는 세부 규정이 마련되지 않아 상반기에 진행하려던 7조9000억원의 공사가 하반기 이후로 미뤄졌다.
정유·유화의 경우 2·4분기 아시아지역 휘발유 수출이 전년 동기대비 59%, 항공유는 15.4% 증가하는 등 건재한 모습이다.
다만 이들 산업 조차도 '맑음'이 아닌 '구름 조금'이었다.
IT와 가전, 철강, 기계, 섬유·의류, 자동차 업황은 모두 흐렸다.
IT·가전은 EU의 정세불안, 철강은 미국·중국간 통상전쟁 여파, 기계와 섬유는 중국의 수요둔화, 자동차는 중남미와 중동 수요부진 등을 이유로 꼽았다.
올해 세계 스마트폰시장 성장률은 지난해에 비해 절반인 7%대로 떨어졌다. 특히 브렉시트의 진원지인 유럽으로의 수출이 20%에 달하고 있어 악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산 철강에 반덤핑 과세를 매기면서 우리나라에도 50%의 관세를 부과하는 '통상전쟁'이 벌어지고 있어 업계의 걱정이 크다"면서 "기계업종 역시 수출의 20%이상을 차지하는 중국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저유가로 인한 중동수요도 제한적이어서 부진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자동차 역시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중남미 등 신흥시장 마이너스(-) 성장 등으로 고전할 것으로 관측됐다.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이 이날 내놓은 3분기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를 살펴보면 시황 93, 매출 97로 기준값인 100을 모두 밑돌았다.
내수(95)와 수출(98) 전망치 역시 모두 전분기 수준(내수 98, 수출 99)보다 떨어졌고 설비투자(97)와 고용(96)도 100을 동반 하회했다. 그만큼 3분기 제조업 경기를 나쁘게 보고 있는 시각이 더 많다는 의미다.
3분기 매출 전망은 106을 기록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분야가 다시 100을 밑돌면서 다소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ICT의 경우 전분기에 이어 추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4분기 만에 100을 웃돌았지만 중화학공업(94)과 경공업(93)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또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99)과 중소기업(97) 모두 100을 밑돌았다. 전분기 당시 전망은 대기업이 106, 중소기업이 100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