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지역 가입자 간 건보료 부과체계 구분을 없애고 거의 모든 소득에 보험료를 물리자."(더불어민주당)
"고소득 직장 가입자와 피부양자 등의 부담이 덜한 점진적 건보료 부과체계를 논의하자."(새누리당)
최근 정치권이 서로 다른 시각으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내놓고 있어 건강보험 개혁에 진통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정치권이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을 위해 1년 반 만에 논의를 재개한 것에 대해선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이 같은 시각차로는 또 다시 건보료 개편안 도출이 흐지부지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12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더민주당은 가입자 동등 대우 원칙을 내세우며 보수(근로소득)나 보수 외 소득(사업·연금·상속소득 등)이 있는 모든 국민에게 소득보험료를 물리자고 주장한다. 연간 20000만원 이하의 금융소득과 일용근로소득 등 분리과세 소득에도 보험료를 부과하자는 입장이다.
◆"소득 중심 건보료 부과" vs "점진적 미세조정"
전문가들은 더민주당의 개편안이 소득이 있는 곳에 건보료를 부과하는 등 형평성을 대폭 높임은 물론 저출산 고령화로 급증하는 건보 재원확보에도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다만 피부양자 등 소득이 웬만큼 있는 사람들의 반발이 예상돼 향후 집단갈등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월 334만원의 공무원·군인·사학연금 등을 타는 은퇴자의 경우 현재 직장 가입자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록하면 건보료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더민주당의 개편안이 관철될 경우 보험료율 4.8% 기준 연금 몫의 보험료만 16만원 가량을 내게 된다. 금융·임대소득이 있는 가입자의 경우 보험료 부담은 더욱 무거워진다.
새누리당은 재산보험료의 경우 지역 수입의 60%나 되고 소득 파악이 쉽지 않다는 점을 들어 미세한 조정을 거친 개편안을 내세우고 있다. 기본적으로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개편안과 입장을 같이 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새누리당은 재산이 많을 수록 낮은 보험료율을 적용 받는 현 건보료 체계의 문제점을 전혀 개선하지 못했다"며 "무임승차 논란을 빚어온 직장 가입자의 피부양자 제도 역시 유지한 채 기준만을 조정해 대상을 줄이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 1월 보건복지부에 건보료 부과체계개선기획단을 꾸려 개편안을 마련했다가 발표를 하루 앞두고 전면 백지화한 바 있다. 곧 이어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인 유승민 의원이 당정협의체를 가동해 웬만큼 결론을 냈지만, 유 의원의 원내대표 하차와 함께 또 다시 흐지부지됐다.
정부 관계자는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은 어느 쪽이든 국민 100만명 이상의 부담이 늘어난다"며 "이와 같은 이유로 정부에선 매우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국회 특위 조성+사회적 기구 가동…타협안 도출해야
더 이상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을 미뤄선 안된다고 주장하는 쪽은 하반기 기업 구조조정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대량실업을 통해 직장 가입자였던 이들이 대거 지역 가입자로 편입, 건보료가 크게 올라 살림살이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직장생활을 할 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던 건강보험이 지역 가입자로 변경되는 순간, 세금폭탄을 맞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해관계가 치열하게 대립하는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논란에 대해 지난해 공무원연금개혁 때와 마찬가지로 여야간 국회 특위를 조성하고 사회적 기구를 가동해 타협안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정부의 건보료 부과체계개선기획단장을 지낸 바 있는 이규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더민주당이 동등대우 원칙에 충실한 개편안을 내놓았지만 정치는 원칙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며 "부과체계 개편으로 부담이 커지는 국민이 100만명을 넘는 만큼 여야협의를 통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야가 협치를 이루지 못하면 건보료 부과체계 타협안 도출은 또 다시 결렬된다"며 "내년 대선에서 해당안이 지속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