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는 김영란법의 대상과 범위가 모호하다는 지적과 농민들의 피해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 8일 원안을 그대로 유지한채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 참석한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의 모습./뉴시스
[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혼돈에 빠졌다. 김영란법이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 사슬의 단절 계기를 마련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지만 법의 한계성이 지적되며 시행을 두 달 여 앞둔 이날까지 실효성을 두고 비판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의 대상과 범위가 모호하다는 지적과 함께 농민들의 피해 우려가 큰 상황이지만 국민권익위원회는 시행령안을 원안 그대로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에 제출에 논란에 불을 지핀 상황이다.
이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내달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을 포함할 것인지에 대한 위헌 여부를 결론낼 것으로 알려져 결과에 이목이 쏠린 상황이다. 이에 정치권은 헌재에 위헌여부 심사를 조속히 마쳐달라고 촉구했다.
◆여야 "헌법소원 여부 조속 심판" 촉구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12일 오전 전체회의에서 김영란법에 대한 조속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은 "김영란법 문제를 정치권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여러 문제가 있어서 결국 헌재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며 "헌재만의 문제가 아니고, 국민 전체의 문제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가 매우 어렵다. 사회 혼란을 가져오기 전에 헌재의 역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같은 당 주광덕 의원도 "국회의원들이 수정안을 발의하고 농수산 관련 단체에서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며 "헌재의 결정이 늦어질수록 이러한 노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상의 결론을 내리기 위한 고심이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국민의 관심 대상이고 이해관계가 많다 보니 이러한 점을 유념해서 조속히 결론을 내려주는 게 국민에 대한 예의"라며 "헌재는 그 점을 깊이 생각하고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은 김영란법의 헌법소원 여부 발표 시기를 재차 확인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박한철 헌재소장이 언론에 발표한 바에 의하면 김영란법이 시행하기 전에 선고하겠다고 했다"며 "그 일정에 변함이 없느냐"고 물었다.
김용헌 헌재 사무처장은 이에 "재판관들이 (김영란법이 시행하는) 9월 28일 전에 (선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앞서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해 3월 "김영란법이 민간영역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있다"며 위헌확인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헌재는 이를 전원재판부에 회부해 심리 중이다.
◆시행도 전에…문 닫는 자영업자들
법 시행날짜가 다가오면서 관련 업계를 중심으로 김영란법에서 '농축수산업'을 제외하자는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농협 품목별전국협의회는 이날 시행령에서 농축산물을 제외할 것을 촉구하는 50여만명의 서명부를 국민권익위원회와 국회(농해수위·정무위)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법 시행에 따른 농업부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취지다.
배수동 품목별전국협의회 의장은 국회에 서명부를 전달하면서 "FTA 타결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농업현실에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 우리 농축산업은 다시 한 번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우리 농축산물이 청탁금지법의 금품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김영란법 시행까지 아직 두달여 정도의 시간이 남았지만 벌써부터 문을 닫는 음식점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 있는 유명 한정식집 유정(有情)은 60년 만에 문을 닫는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 층의 한정식 기피 등으로 매출 부진을 겪는 상황에서 김영란법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우려와 관련 업계의 반발이 큰 상황이지만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8일 김영란법 시행령을 원안대로 확정해 규제개혁위원회로 넘겼다. 권익위 관계자는 "입법예고 기간 시행령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과 농축산물은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다"며 "이미 검토한 의견이 반복되고 있어 시행령을 변경할 만한 상황 변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김영란법은 애초 시행령에 담긴 '식사대접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등 기존 상한선을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권익위는 8월 중순까지는 규제 심사와 법제 심사를 마치고,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이르면 9월 초까지 시행령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