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빈대 잡으려다 초가산간을 태운 격이 됐다.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지역을 사실상 확정해놓고 발표를 미루면서 전국적으로 사회적 갈등을 악화시킨 꼴이 됐기 때문이다. 대외적 안보를 지키려다 사회적 비용을 낭비한 셈이다.
한미 군 당국이 13일 논란 끝에 경북 성주를 배치지역으로 확정, 발표했지만 군수가 항의 방문에 나서고 지역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국민 설득이 사드 배치의 최대 과제가 된 셈이다.
[b]◆국방부 "경북 성주, 사드 최적지"[/b]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이날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미 공동실무단이 사드 체계의 군사적 효용성을 극대화하고 지역주민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건강과 환경에 영향이 없는 최적의 사드배치 부지로 경상북도 성주지역을 건의했고 이를 한미 양국의 국방부 장관이 승인했다"고 밝혔다.
사드 배치지역 결정은 한미 양국이 '주한미군 사드 배치 공식 협의'를 선언한 지 5개월 만에 이뤄졌다. 당초 배치지역 발표는 내주께로 예정됐다가 사드 배치 지역을 둘러싸고 지역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발표를 앞당겼다.
류 실장은 이날 "주한미군의 사드 체계를 성주지역에서 작전 운용하게 되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 전체의 2분이 1∼3분의2 지역에 사는 우리 국민의 안전을 더 굳건히 지켜드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북 성주가 사드 배치 지역으로 결정된 데는 군사적 효용성과 주민 안전, 중국의 반발 등이 모두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성주에 사드가 1개 포대가 배치되면 전방으로 평택과 대구 등 핵심 주한미군 시설과 육·해·공군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 등을 모두 방어할 수 있다. 후방의 부산을 포함한 남부 상당 지역도 요격 범위 내에 들어오게 된다.
성주가 요격이 거의 불가능한 북한 장사정포 사정거리 밖에 있다는 점도 중요하게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올해 말 실전 배치할 것으로 알려진 300㎜ 신형 방사포는 최대 사거리가 200㎞여서 성주에 닿을 수 없다.
이와 함께 부지 마련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들지 않는 것도 배치 지역 확정에 결정적 이유로 작용했다. 사드 포대는 우리 공군이 성주에서 운용 중인 호크 미사일 기지를 다른 곳으로 이전한 다음 그곳에 배치될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오후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밖숲에서 열린 '사드 성주배치 반대 범군민궐기대회'를 마친 뒤 김항곤 성주군수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b]◆성주 군수 항의 방문…주민 설득 난제[/b]
군 당국이 사드 배치 발표를 앞당기면서 한 고비는 넘겼지만 국민 반대, 특히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군민들의 반발을 키운 데는 군의 후보지 늑장 발표도 한몫했다. 국방부가 지난 8일 사드 배치를 전격 발표한 이후 배치 지역을 미루면서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이다.
이에 경북 성주를 비롯해, 칠곡, 강원도 원주, 충북 음성 등을 중심으로 비대위가 결성되는 등 산발적 반발이 이어졌다. 이는 곧 님비현상(혐오시설 기피현상)으로 이어져 사회 갈등을 초래했다.
성주군이 사드 배치지역으로 최종 확정된 데는 낮은 인구 밀집도와 인구 밀집지역과의 거리 등이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성주의 전체 인구는 4만5000명으로, 사드배치 후보지로 거론된 다른 지역보다 인구 밀집도가 낮다. 또 성주의 성산포대가 해발 약 393m에 위치해 있어 인구 밀집지역인 성주읍과 1.5㎞ 정도 떨어져 있다. 국방부는 미군의 사드 환경영향평가보고서를 통해 "레이더에서 100m 이상 떨어지면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평가한 바 있다.
경북 성주가 확정되자 지역 군민들의 반발은 한층 거세졌다. 김항곤 성주 군수 등은 사드 배치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상경, 황인무 국방차관을 만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황 차관은 사드배치 배경과 사드가 건강과 환경에 영향이 없는 안전한 무기체계임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국방부는 정확한 실태파악을 위한 대국민 설득작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내주 초 국내 언론사 취재진의 괌 미군기지 견학을 비롯해 조만간 중부 지역에서 운용 중인 요격미사일 패트리엇(PAC-2) 기지와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 '그린파인' 기지를 공개할 계획이다. 사드를 둘러싼 논란을 불식하겠다는 한미 당국의 의지가 그만큼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류제승 실장은 "우리 군은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국가 안위를 지키는 조치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다고 인식하고 있다"면서 "우리 국민과 성주지역 주민 여러분들께서 이런 군의 충정을 이해해주시고 지원해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