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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시황

한국경제 '성장절벽', ‘땜질식 처방’은 이제 그만

국내 경제위기의 히스토리 자료=하나금융경영연구소



"한국은 느리게 가는 자전거입니다. 쉽지만 균형 잡기가 힘들죠. 입맛에 맞는 먹거리만을 찾다가는 쓰러집니다."(최원식 맥킨지 서울사무소 대표)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2013년 '2차 한국 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서서히 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에 비유하며 저성장을 극복할 체질변화를 주문했다. 3년여가 지난 한국은 냄비속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7%(2016년 한국은행 경제성장 전망 0.1%포인트↓), 0.3%↑(정부예상 2016년 설비투자 증가율, 2015년 5.3%↑), 0.8%(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더블딥(double dip·경기 재침체)'을 우려케 하는 한국경제의 현주소다. 무엇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가계는 지갑을 닫고 기업은 투자를 꺼리고 있어 저성장이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성장둔화로 가계의 소비 여력이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물가상승률이 떨어지고, 이는 또 다시 가계·기업의 소비와 투자 욕구를 떨어뜨려 경기 침체를 가속화 하게 된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경제를 구할 해법이 절실하다. 전문가들은 산업·기업의 체질 변화를 주문한다.

◆한국경제 '늪지형' 불황

시계를 거꾸로 돌려 8년 전으로 가보자. 2008년 9월 15일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다. 금융사들이 쓰러지면서 시작된 미국발 재난은 전세계를 금융위기로 몰고 갔다. 그해 4·4분기(10∼12월)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4%로 추락했다. 위기 탈출의 해법으로 전세계 각국은 막대한 돈 풀기 정책을 썼다.

현재 성적표는 엇갈린다. 미국은 '돈 풀기'를 끝내고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고, 인도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추월했다. 한국경제만 왜 이럴까.

곳곳에서 한국경제의 신음이 들린다.

1·4분기 한국 경제의 성장률은 0.5%(실질 국내총생산(GDP))에 머물렀다. 지난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0.4%) 이후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수출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그나마 한국 경제를 떠받치던 내수마저 다시 위축돼 불황이 전방위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수출은 계속 줄고 있다. 지난 5월 상품, 서비스를 종합한 경상수지 흑자는 103억6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수출이 줄어 나타난 불황형 흑자다.

상황이 이쯤 되자 한은은 14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8%에서 2.7%로 0.1% 포인트 내렸다. 지난 4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8%로 낮춘 데 이어 석 달 만에 다시 낮춘 것이다.

기업들도 물건을 팔아 손에 쥐는 돈은 쥐꼬리다.

한은이 국내 외부감사 대상 법인 3065곳을 표본 조사해 발표한 '1분기 기업경영분석'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조사기업의 매출액은 작년 1분기보다 2.0% 줄었다. 이는 국제유가 하락과 세계경제의 성장세 둔화로 인한 수출액 감소의 영향 탓으로 분석된다. 조사대상 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5.6%로 전년(5.2%)보다 높아졌다. 1000원 어치를 팔아 영업이익으로 56원을 남긴 것.

투자도 꺼리고 있다. 1분기 설비투자는 전 분기보다 7.4% 급감했다. 2012년 2분기(-8.5%)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낮다.

기획재정부는 설비투자가 전년 5.3%에서 올해 0.3% 증가로 증가 폭이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시장수요 부족의 장기화로 잉여생산능력 문제가 지속되면서 전형적인 침체 국면에 있다"고 지적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 전문가 10명 중 7명은 한국경제가 이미 장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또 세계 경제가 좋아져도 한국경제는 예전의 성장세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국 경제가 '늪지형 불황' 사이클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한국 경제의 경기선도 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제조업 경기에서 이런 늪지형 불황의 형태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늪지형 불황 외에도 최근 경기 불황의 특징으로 멀티딥형(multi-dip), 수요충격형, 전방위형, 자생력 부족형 등을 꼽았다. 주 실장은 "사상 초유의 늪지형 불황에서 탈출하려면 주력 산업 육성을 통한 역동성 회복, 사회 안전망 구축을 병행한 산업 합리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현 경기와 과거 경제위기와의 비교 자료=하나금융경영연구소



◆한국경제 '성장절벽' 탈출 해법은

정부는 올 상반기(1∼6월)에 하반기(7∼12월) 예산 12조5000억 원을 끌어 썼다. 이도 모자라 지난 6월 10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20조 원의 재정 보강 대책을 꺼냈다. 나랏돈을 불쏘시개 삼아 꺼져가는 경기를 살려보겠다는 의도다.

한국경제에 대한 믿음도 아직은 두텁다.

S&P의 킴엥 탄 선임이사는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경제의 견조한 성장세가 지속되고 대외충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3∼5년 후에 한국 신용등급이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디스도 "역외 수요 부진 속에 한국의 수출 의존형 성장 모델이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하지만 한국의 재정 및 제도, 역외 평가 요소는 같은 등급의 다른 국가 대비 견조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체질 변화 없이 돈만 풀어 '윗돌을 빼 아랫돌을 괴는' 식의 처방으로는 위기가 만성화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느리게 가는 자전거(한국, 맥킨지)'를 밀고 끌어줄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전경련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우리경제가 지금의 저성장을 극복하려면 정부가 '신산업신직업 창출 및 구조개혁(86.9%)'에 중점을 두고 기업은 '핵심역량 개발 및 사업재편(98.4%)'에 집중해야 한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타성화된 단기-임시방편적 정책관행을 버리고, 구조개혁을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도 "만성적 저성장을 막으려면 단기적 재정·통화정책보다 중장기적으로 출산, 보육, 교육, 서비스업 육성 등 근본적인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경기부진의 원인이 낮아진 성장잠재력 때문이라면 부양책보다 구조개혁과 체질개선으로 경제의 실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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