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한글과컴퓨터 회장이 15일 제주도 롯데시티호텔제주에서 "올해 매출은 1000억원을 돌파할 전망이며, 이 가운데 해외 매출은 15% 정도 차지할 것"이라는 올해 경영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오세성 기자
[메트로신문 오세성 기자] 올해 한글과컴퓨터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한글과컴퓨터는 지난 15일 제주도 롯데시티호텔제주에서 미래전략발표 행사를 열고 한컴 사업 현황과 신사업 전략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김상철 한컴 회장은 "올해는 한컴에 중요한 해"라며 입을 열었다. 그는 "올해 한컴 매출액은 1000억원을 넘을 것"이라며 "해외 매출도 15%를 넘길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아직 상반기가 지났을 뿐이지만 올해 매출 1000억원을 넘기는 것이 확정적"이라며 "한컴 설립 이후 최고의 기록을 세우게 됐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남미 등지에서 체결했거나 진행 중인 계약이 실적 갱신의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어 "인도에 연구개발(R&D) 연구소를 설립했고 모든 자회사가 흑자를 내고 있다. 해외 현지 법인들도 90%는 흑자를 내는 고무적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컴은 올해 1월 '한글과컴퓨터 네오'를 출시했다. 한컴 네오는 MS오피스에 완벽히 대응하는 통합 오피스 프로그램이다. MS 워드에서 작성한 표, 그래프도 서식을 그대로 유지한 채 옮겨지며 다른 언어로의 번역도 가능하다. 일반 번역 프로그램이 문서 텍스트만 번역하는 것에 비해 네오는 표와 그림, 그래프에 들어간 텍스트까지 번역한다.
4월에는 전자책 독립출판 플랫폼 '위퍼블'을 선보였고 지난 1일에는 음성 통번역 프로그램 '지니톡'을 공개했다. 위퍼블은 아프리카, 일본, 중국 등에서 교육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지니톡은 6월 평창동계올림픽 자동 통번역 소프트웨어로 채택돼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날 행사에서는 사내 벤처 경진대회 우승 아이디어인 '플렉슬'도 공개됐다. 플렉슬은 손으로 하는 터치 인식을 배제한 채 펜으로 입력하는 필기만 인식하고 텍스트 복사를 쉽게 하는 등 태블릿을 종이책처럼 필기할 수 있도록 했다. 한컴은 플렉슬을 사내 벤처기업으로 만들었다.
김 회장은 "북미지역에서 뜨거운 반응이 보여 올해 안에 미국 시장에서 첫 선을 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컴이 이러한 성과를 내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했다. 한컴은 1990년 설립돼 '아래아 한글'을 선보이고 4년 만에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 최초로 매출 100억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IMF 시기 자금난을 겪은 끝에 부도 위기에 몰렸다. 이후 경영악화와 반복되는 매각, 인수자의 횡령·배임 등에 시달렸고 회생 가능성이 낮다는 업계의 평가를 받았다. 2000년대 한컴의 주인은 여덟 차례나 바뀌길 거듭했다.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2010년 김상철 회장이 한컴 지분을 인수하며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김 회장은 "단돈 1원도 한컴 외부로 나가지 않게 하겠다"고 선언하며 '투명경영'을 약속했다. 전문경영인을 영입하고 2013년에는 경영일선에서도 물러났다. 그는 지금도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
김 회장은 "나는 지원을 할 뿐, 모든 결정은 99%를 각 회사 CEO가 한다"며 "그 덕에 한컴 모든 계열사는 차입도 없고 부채도 없다. 국민이 키운 기업의 자존심을 회복했다"고 평가했다.
김 회장은 한컴을 '국민이 키워준 기업'이라고 강조한다. 지난 1월 한컴 오피스 네오 출시 당시에도 "국민이 도와준 덕에 회사가 일어났다"고 말한 바 있다. 한컴은 국내 오피스 시장의 30%를 차지한다. 정부과 국민들이 한컴을 적극 사용해줬고, 그 덕에 회사가 매각을 반복하며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의미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에서 세운 시장 점유율 30%의 의미가 크다"며 "많은 국가의 시장이 MS오피스에 종속됐는데 한국은 유일하게 국산 오피스가 살아남은 국가"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서의 점유율은 글로벌 시장으로 환산하면 0.4%이고 이를 2020년까지 5%로 끌어올리겠다. 국내에서는 시장 점유율 51%를 넘길 것"이라고 선언했다.
자신의 은퇴 시기도 공개했다. 김 회장은 "한컴이 인수할 당시 매출은 430억원, 유보금은 80억원 규모였다"며 "현재는 유보금이 10배, 개발자도 두 배를 넘겼다"고 회상했다. 이어 "한컴의 모든 사업이 꽃피면 은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준으로 영업이익 1조2000억원을 제시했다. 이는 한컴이 글로벌 시장점유율 5%를 달성하면 이룰 수 있는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