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진료에 대한 현황 조사를 실시하고 표준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 실손보험 개편안 만으론 손해율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 상승을 유발하는 비급여 진료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비급여 진료의 표준화와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매년 과잉 진료에 따른 실손보험료 상승과 선량한 보험 가입자들의 피해를 유발한다는 지적이다.
비급여 진료는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 등 당국의 가격 통제도 없고 조사 체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과잉 진료를 유발하는 주범으로 꼽힌다. 정상적인 치료 범위를 훨씬 초과해 도수치료 등을 행하고, 고주파온열 치료 등 금액을 허위 기재해 실손보험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과잉 진료의 대표적인 사례다.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전체 의료비는 연평균 6.9% 증가했다. 특히 건강보험공단 부담금과 법정본인부담금이 각각 5.6% 4.5% 상승한 반면, 비급여 의료비는 무려 12.5%나 늘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실손보험을 통해 지급하는 의료비가 주로 비급여 진료비인 점을 감안할 때 손해율 상승의 상당 부분이 비급여 의료비(국민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각 병원이 정하는 수가에 따른 의료비)로 인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현 추세라면 10년 뒤 실손보험료 2배 급증
올 초 실손보험료는 최대 40%대까지 급증했다. 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3대 생명보험사인 교보생명(23.2%)·한화생명(22.9%)·삼성생명(22.7%) 등은 실손보험료를 인상했다. 손해보험사 빅3인 현대해상(27.3%), 동부화재(24.8%), 삼성화재(22.6%) 등도 보험료를 올렸다. 흥국화재는 무려 44.8%나 인상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의 문제는 가입자 10%가 전체 보험금의 60% 이상을 쓸 만큼 일부에게 과도한 보험금이 들어간다는 데 있다"며 "환자가 불필요한 고가의 치료를 받은 뒤 실손보험으로 처리하는 도덕적 해이와 일부 의사의 과잉 진료·치료가 많아지면 실손보험료는 4인 가족 기준 올해 평균 10만6000원에서 오는 2026년 21만6000원으로 2배가량 높아질 것"으로 진단했다.
보험사들의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와 이에 따른 실손보험료 인상 논란이 불거지자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세미나를 개최하고 실손보험 개편안을 내놨다. 기본형과 다양한 특약으로 나누어 실손보험을 출시하겠단 내용을 골자로 한다. 도수치료·수액주사 등 실손보험의 인상 요인으로 지목돼 온 항목을 특약으로 빼고, 기본형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낮은 보험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실손보험 개편안에도 여전히 많은 문제점이 도출된다고 지적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상품구조 변경에도 불구, 특약을 통해 과잉진료와 도덕적 해이가 발생해 기존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여전하다"며 "기존 가입자들이 개편 후 '기본형'으로 옮겨갈 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비급여 진료 표준화+국민건강보험 확대 방안 제시
정부는 보험료 인하 효과를 홍보, 소비자들의 기본형 가입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보험업계는 회의적이다. 보장이 줄어드는 기본형을 선택할 가입자들이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비급여 진료에 대한 현황 조사를 확대하고 표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급여 진료 코드와 진료비 세부 내역서 표준화가 필요하다"며 "비급여 진료 조사 대상도 병원급 뿐만 아니라 병원보다 소규모인 의원급 의료기관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건강보험 확대를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김동현 한림대 의대 교수는 지난 3월 열린 실손보험 개선 토론회에서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민간보험 확대 정책은 지양하고 국민건강보험의 안정적 확대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전했다. 국민건강보험 확대를 통해 실손보험이란 이중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설명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국민들은 실손보험료로 7조원을 내고 5조원을 보험금(회수율 80%)으로 돌려받은 반면, 건강보험은 41조원을 보험료로 내고 45조원(회수율 110%)을 돌려받았다"며 "이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시간에 쫓긴 개선책이 아닌 전문가와 관계기관이 충분한 협의를 거친 실손보험 개선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