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회의가 열린 정부 과천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사무소. / 김나인 기자
[메트로신문 김나인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7개월 만에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을 최종 불허했다. 양사의 M&A가 방송·통신시장에서 독과점 폐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18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주식 취득계약 및 SK브로드밴드의 CJ헬로비전 합병을 불허하는 등 두 회사의 기업결합 자체를 금지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불허한 것은 지금까지 8건에 불과할 정도로 이례적인 조치다.
공정위는 이번 M&A가 이전 사례들과 달리 방송과 통신 간 결합이기 때문에 지분 매각 등 경쟁제한성을 없애는 것으로는 독과점을 막기에 역부적이라고 불허 배경을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2일 CJ헬로비전과 'CJ헬로비전 주식 30% 취득',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합병' 등을 내용으로 하는 합병계약을 체결하고 한 달 뒤인 12월 1일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공정위는 CJ헬로비전이 SK텔레콤과 결합하면 전국 23개 방송 구역 중 21곳에서 시장 점유율이 46.9~76%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이렇게 되면 케이블TV 요금 인상을 억제했던 경쟁압력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공정위는 이동통신 시장에서도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알뜰폰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시장점유율이 47.7%로 올라가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한다는 점도 불허 이유도 들었다.
관련 업계는 크게 동요하는 모양새다. M&A 당사자인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아쉬움을 토로한 반면,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는 반색했다. 케이블 업계는 침체된 분위기다.
다만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공정위 불허 발표 직후 "유감이지만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SK텔레콤은 M&A 무산에도 미디어 산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SK텔레콤은 "글로벌 미디어 기업이 OTT 서비스를 중심으로 '국경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국내 미디어 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앞으로의 청사진을 밝혔다.
피인수 기업이었던 CJ헬로비전 또한 SK텔레콤과 같은 입장이지만 약간의 온도차를 보였다. 이번 M&A 과정의 장기화로 기업 경영 활동에 차질을 거듭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한 것.
CJ헬로비전 측은 ▲투자 정체 ▲영업 위축 및 실적 저하 ▲사업다변화 기회 상실로 인한 영업이익, 미래성장성이 모두 위협받는 처지에 처했다고 강조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공정위의 이번 결정에 대해 깊은 우려의 뜻을 표명하며, 정부와 국회가 향후 실효적인 공정경쟁 정책 및 케이블TV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한다"는 유감을 표했다.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공정위의 결정을 환영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양 사는 공동 입장자료를 통해 "양사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가져올 방송·통신 시장의 독과점 심화, 소비자 후생 저해 등을 크게 우려해 이에 이번 인수합병이 금지돼야 한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밝혀 왔다"며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이러한 우려를 고려했다고 판단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공정위의 이번 M&A 불허에 따라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인허가 심사도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부와 방통위가 심사에서 해당 M&A에 대해 인허가를 해도 공정위의 불허 결정이 있는 한, 실제 기업결합은 어렵기 때문이다.
미래부는 이날 "공정위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업 결합이 불가능해졌다"며 "따라서 '전기통신사업법', '방송법' 및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에 따른 우리 부 절차(미래부 심사)를 계속 진행할 실익은 없어졌다"고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미래부의 심사 절차가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미래부가 심사를 포기하면 방통위 절차도 진행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부가 먼저 적합성 검토에 나서야 방통위가 케이블 방송 합병에 관한 '사전 동의'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미래부는 "이와 관련한 전례가 없어 불허에 따른 후속조치는 내부 검토를 거쳐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