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김승호 기자]노사 양측에 '상처'만 남긴채 마무리되고 있는 최저임금위원회와 관련 제도를 놓고 개선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올해엔 노동계가 '1만원', 경영계는 '동결'을 각각 주장하며 어느때보다 팽팽하게 맞섰다. 그러다 정해진 시한까지도 접점을 찾지 못해 결국 중간에 있는 공익위원들이 중재안을 내놓으면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6470원으로 최종 확정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근로자 위원 9명 전원이 퇴장했고, '한 푼도 올릴수 없다'던 사용자측 소상공인위원 2명도 자리를 떴다. 결국 합의와 소통은 부재한채 결정을 위한 결정만으로 230만명 가량에 적용되는 최저임금을 확정지은 것이다. 일부에선 이럴바에야 최저임금 제도를 아예 없애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19일 최저임금위원회와 경영계, 노동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는 관련 제도를 고치기 위해 제도개선위원회를 만들어 공청회와 6차례의 회의를 진행하며 약 2개월에 걸쳐 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총 16개 의제 가운데 노사 양측이 합의한 과제는 고작 5개다. 그것도 최저임금위원회 홍보·교육 강화 지원, 최저임금 미준수시 근로감독 강화 및 처벌강화, 공공부문 최저임금 선도 등 쟁점이 없는 것들만 통과시켰다.
문제는 양측의 입장차가 뚜렷한 11개 의제에 대해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산업범위, 업종별·지역별·직능별·연령별 차등적용, 공익위원 추천 방식 등이 대표적인 쟁점 사항이다. 게다가 이를 논의하던 제도개선위원회도 지난해 연말로 문을 닫은 터라 더 이상 소통할 만한 통로도 없다.
매년 최저임금 수준을 놓고 양측간 이견이 팽팽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들 11개 의제 역시 상당기간 평행선을 달릴 수 밖에 없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노동계 위원 전원 사퇴' 기자회견을 갖고 "최저임금위원회가 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회의 과정을 공개하고, 공익위원 선출 방법을 개선해 공익위원이 제대로 된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생계비나 소득격차 해소분 등이 더 구체적으로 최저임금 결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명확한 채널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노동계는 최저임금법에 예시돼 있는 근로자 생계비, 유사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이 합리적으로 최저임금에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또 임금실태에 관해 조사할 때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체계 현황 등도 최저임금 산정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각지대가 많아 최저임금 인상 요인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반면 경영계는 기업들이 실제 지급하는 임금 중에는 상여금, 숙박비 등이 포함돼 있는데 이를 최저임금에 산입시키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들을 포함할 경우 기업들이 지급하는 임금은 최저임금보다 훨씬 높은데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적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결정시스템, 생계비 통계 공신력 확보 등에 관해서도 경영계는 연구용역 등을 통해 보다 신중하게 종합적인 개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견해다.
최저임금위원회에 관해서도 노동계는 아예 국무총리실로 이관해 보다 강력한 의사결정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경영계는 현재와 같이 고용노동부가 관장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이다. 9명의 공익위원 추천권에 대해서 노동계는 노사 양측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반면 경영계는 현행대로 정부가 추천하는 방식으로 놔둬야 한다는 견해다.
한국항공대 김강식 교수는 "현행 단일 최저임금 결정방식은 업종 간의 다양한 차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개별 업종의 상이한 경영환경을 고려해 사업종류별로 최저임금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아울러 최저임금이 전국 단위의 단일임금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지역적 특성도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근로자위원들이 전원 사퇴한 데 대해 "정치권에 기대는 것으로 노사관계의 정치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