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 이청아의 도전 그리고 변화
'뱀·탐' '운빨'은 큰 도전
도전의 동기부여는 어머니
역할의 크기보다 중요한 건 역할 그 자체
'이 배우가 이렇게 당당하고 멋졌던가?' 배우 이청아(31)가 달라졌다. 기존의 청순가련, 혹은 생기발랄한 이미지는 벗어던지고 세련미와 당당함을 입었다. 특히 '운빨로맨스'에서는 뼛속부터 알파걸(모든 분야에서 남성과 동등하거나 뛰어난 첫째가는 여성) 에이미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 대중에게 새로운 이미지를 심어줬다.
2004년 영화 '늑대의 유혹'으로 대중에 잘 알려진 이청아는 그동안 '호박꽃 순정' '꽃미남 라면가게' '라이더스' 등 수많은 작품에서 주·조연을 넘나들며 활약을 해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캐릭터가 청순하면서 귀여운, 그리고 생기발랄한 역할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청아가 2016년에 들어서면서 변했다. 무슨 생각인지 OCN 드라마 '뱀파이어 탐정'에서는 섹시하면서도 베일에 쌓인 여인 요나를 연기하더니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운빨로맨스'에서는 제수호(류준열)의 어릴 적 첫사랑이자 현재 최건욱(이수혁)의 스포츠 에이전트 에이미를 연기했다. 당차고 솔직한, 거기에 세련된 패션센스까지 갖춘 알파걸이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주변에서 많이 들었던 말이 '에이미 진짜 예쁘다'였어요. 솔직히 이 말 들을 때마다 '진짜?'라며 되물었거든요. 왜냐하면 저는 그동안 작품 속 인물로 이런 칭찬을 들어본 적이 없었으니까요.(웃음) 극중 에이미는 당당하고 자기애가 넘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저도 저 자신을 믿기로 했어요. 늘 '나 예쁘다. 잘났다'고 주문을 걸었던 것 같아요. 자신을 절대 의심하지 않는 에이미가 되려고 노력했죠."
이청아에게 전작 '뱀파이어 탐정'과 '운빨로맨스'는 커다란 도전이었고, 변화였다. 그녀가 도전을 마음먹은 결정적인 동기부여는 어머니였다.
"오랜기간 어머니가 병석에 계셨어요. 돌아가시고 난 뒤에 느낀 게 있다면 '할 수 있을 때 더 빨리, 많이 표현하라. 그렇지 않으면 영영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였어요. 시간은 계속 흐를텐데 제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변하는 건 없다는 거죠. 어머니가 생전에 제가 다양한 역할을 하길 바라셨어요. 장르물도 좋아하셨고요. 겁많고 조심스러운 성격의 저에게 큰 교훈을 주고 가신 것 같아요. 아마 '운빨로맨스' 시나리오를 보여드리면서 '이거 해볼까?'라고 물어봤다면 답은 YES 였을 거예요."
벌써 데뷔 15년차에 접어든 그녀는 서른이 넘으면서 도전하는 즐거움을 알게 됐다. 늘 해오던 기존의 역할을 깨부수는 것이 지금의 나이에 해야할 일인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황정음·류준열 주연의 드라마임에도 화제성와 시청률 면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냈다. 이에 이청아는 "생각만큼 배우들은 시청률을 체감하지 못한다"며 "이번 드라마는 특히 주변사람들이 다 모니터를 해줘서 진짜 화제성이 어마어마한 작품인줄 알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포털사이트 동영상 클릭수도 상상이상으로 많이 집계돼서 이제는 시청률을 집계하는 방식이 다양해졌으면 하는 생각도 했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영화·TV 드라마에서 조연을 하다가 주연을 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주연을 하다가 조연을 맡는 것도 흔치 않다. 당대 인기 최고였던 '늑대의 유혹' 여자주인공이던 이청아가 다수 작품에서 주조연을 오가며 연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연을 처음 했던 게 황정민 선배가 나온 드라마 '그저 바라보다가'였어요. 그 작품에 지나가는 역할이라도 하게 해달라고 졸라서 조연으로 발탁됐죠. 제가 저 자신을 놓고 봤을 때 관객 동원력이 있는 배우도 아니고, 주연으로서의 한계를 느꼈던 것 같아요. 주연은 작품에서 가장 많이 비춰지고 큰 줄기와 같은 역할을 한다면, 조연은 조력자이든 악역이든 캐릭터가 명확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매력이 있죠. 혼자 책임의식을 갖고 작품을 이끌어가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좋은 선배들과 함께 작품을 하는 것도 저는 참 좋더라고요. 배우는 것도 많고요. 작품 속 캐릭터의 역할이 '크다, 작다'로 평가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각각의 캐릭터가 다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역할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운빨로맨스'가 종였했으니 자신은 이제 백수라고 수줍게 밝힌 이청아는 곧 재취업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운빨로맨스' 끝날 때부터 다음 작품 하고 싶다고 부탁했어요. 쉬는 것보다 할 수 있을 때에 더 많은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거든요. 물론, 다음 번에 만날 캐릭터도 새롭고 도전의식을 불러오는 것이기를 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