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협치'는 간 데 없고 정치권이 각종 비리와 계파 갈등으로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대외적으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국내에선 조선산업 구조조정과 경기침체 장기화, 청년실업 등 현안이 산적하지만 이를 해결해야 할 정치권이 '갈지자' 행보를 거듭하는 모양새다. 16년 만에 출현한 '여소야대' 정국의 현주소다.
21일로 정치권이 4·13총선 100일을 맞았다. '여소야대' 20대 국회의 개원 절차는 신속했다. 1987년 개헌 이후 30년 이래 가장 신속하게 원 구성을 완료하고, 각 당이 원내대표 선출을 무리 없이 마무리하면서 협치의 기대감도 나왔다.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여야3당은 현재 모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다. 당 대표의 부재를 대신해 당을 꾸려나가는 한시적인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총선 전부터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하면 새누리당은 총선 참패 수습을 위해, 국민의당은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으로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히며 '박지원 비대위' 체제로 전환됐다.
새누리당과 더민주 사이에서 키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국민의당은 리베이트 덫에서 여전히 허우적거리고 있다. 박지원 비대위 대표 겸 원내대표의 동력은 미비한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8·9전당대회를 앞두고 극심한 계파갈등을 겪고 있다. 총선의 참패 원인으로 지목된 계파전(戰)이 또 다시 재현된 것이다. 최근에는 친박(친박근혜)계 대표격인 '최경환·윤상현·현기환 녹취록'이 공개, 4·13 총선 당시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쑥대밭이 됐다.
더민주는 서영교 의원의 친인척 채용이 드러나면서 공직자 윤리 문제로 뭇매를 맞았다. 이를 계기로 국회 내 수십명의 보좌진이 대거 교체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과거 국회에서 관행이 됐던 일이지만 이번 국회에서 특히 논란이 됐던 이유는 극심한 실업 사태와 맞물렸다는 목소리가 많다.
박근혜 대통령은 개원 직후 여야 원내지도부와 만나 '협치'의 실현을 강조했지만 '영남권 신공항 무산'과 사드 국내 배치 논란으로 국정동력을 상실하면서 당청 소통은 자취를 감췄다. 여기에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각종 비리 의혹이 터지면서 '조기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이 고개를 들었다.
정부 역시 추진 동력을 잃긴 마찬가지다. 신공항, 사드 등 각종 논란 뒤처리에 매달리면서 당정청이 모두 악재 블랙홀에 빠져든 셈이다. 이들이 각자 내홍을 겪으면서 호기롭게 외쳤던 협치는 사라진 지 오래다.
이 과정에서 민생은 철저히 외면당했다. 19대 국회에서 1만여건의 법안이 폐기되자 여야는 20대 국회에서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법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개혁,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저성장, 일자리와 관련된 법안은 제자리걸음이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로 비정규직법 등 60여건의 노동 관련법 제출됐지만 각 당이나 상임위 차원의 차후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보여주기식 법안 발의가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오후 3시 기준)까지 제출된 법안(정부입법 포함)은 총 965건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치권이 정작 필요한 부분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2017년도 최저임금이 시급 6470원(월급 135만2230원·올해대비 7.3%↑)으로 결정됐지만 경영계와 노동계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확정고시(8.5)를 앞두고 반발이 격해지는 분위기지만 이 과정에서 정치권의 역할은 증발됐다.
전환점은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각 당의 전당대회가 될 전망이다. 이를 기점으로 계파갈등과 각종 비리의 고리를 끊어낼지 주목된다.
정세균식 '국회 특권내려놓기'도 실험에 성공할지 이목이 쏠린다. 정 의장은 "국회가 선도적으로 특권 내려놓기를 하지만 앞으로 우리 사회가 전체적으로 기득권이든 특권이든 불필요하게 향유하는 그룹이 있다면 그런 것들은 국민을 위해 과감하게 척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