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정기 수시 신용 위험 평가 결과 및 예상치자료=금융감독원, 신한금융투자
"최근 국내 경제는 신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적응도 다른 국가들에 비해 낮다. 공급과잉 업종은 과감하고 신속한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하고 환부를 도려낸 자리에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신산업을 육성해야 한다."(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12일 글로벌금융학회(GFS) 심포지엄)
"지난 30년간의 구조조정 경험에 비춰볼 때 채권자, 주주, 노조가 손실을 분담하며 고통을 나누는 기업은 살아 남았지만 이들이 각자의 이익만 챙기려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었다, 기업 구조조정의 목표는 기업을 살리는 데 있다."(임종룡 금융위원장)
한국경제에 불어닥친 기업 구조조정 파도가 거세지고 있다. 총선 이후 여·야가 선제적 구조조정을 주장한 데 이어 금융당국은 이번주에 '2016년 대기업 정기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확정하고 8월 초에 '살생부'를 내 놓을 예정이다. 신용위험평가 결과가 나오면 기업 구조조정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또 기업의 선제적 사업재편을 지원하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 일명 '원샷법'이 오는 8월 13일 시행될 예정으로 부실기업은 물론이고 정상기업까지 대대적인 산업 재편이 예상된다.
특히 임종룡 위원장은 "적극적인 행정 행위에 따른 면책이라든지, 여러 가지 문제를 처리할 때 필요한 근거 마련 등이 현실적으로 필요하다"며 강도 높은 기업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 대기업 신용평가, 30여 곳 살생부 오를 듯
금융권에서는 예년보다 요건이 한층 강화된 대기업 신용위험평가가 오는 8월경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은 대출규모 500억원 이상 기업 1900여 곳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를 거쳐 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과 법정관리 대상인 D등급 규모를 각각 발표할 계획이다.
지난해 정기 평가에서는 C등급이 16개, 사실상 퇴출대상인 D등급이 19개였다. 지난해 연말에 실시한 수시 평가에서는 C·D등급이 총 19개였다.
올해 대기업 세부평가대상 업체로 분류된 기업은 602 곳이다.
시장의 관심은 어떤 기업이 살생부에 오를지다.
시장에서는 30여개 기업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신한금융투자 김영환 연구원은 "상반기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취약 업종(철강, 석유화학, 건설)은 업황이 이미 바닥을 지났다. 자구 노력을 통한 실적 개선도 확인 중이다"면서 "구조조정 대상은 작년 수준과 비슷하거나 소폭 감소할 전망이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작년(35개사)보다 소폭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2015년과 2014년 금감원 신용위험평가 결과에 따른 구조조정 대상기업 각각 54개, 34개였다. 지난해 54개사 중 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이 27개사,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대상인 D등급이 27개사다. 중소기업은 175개사로, C등급이 70개사, D등급이 105개사다.
살생부가 나오더라도 은행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바젤 III 기준에 따르면 2017년까지 시중 은행이 충족해야 하는 CET1(Core Equity Tier1 보통주 자본 비율)은 9.75%다. 국내 5개 시중 은행들의 CET1 비율은 10.59%다. 지난해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은행 자본 비율 영향은 -0.17포인트로 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됐다.
원샷법 적용 받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세 가지 기준자료=금융감독원, 신한금융투자*업종 구분 기준은 표준산업분류 기준 상 4단위가 활용(478개 업종)
◆ 상장사 335곳(49.6%) 원샷법 후보군
산업 재편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8월 13일부터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이하 원샷법)'이 시행된다. 정부는 '사업 재편 계획 실시 지침'을 통해 과잉 공급 판단 기준을 공개했다. 핵심 기준은 영업이익률 하락이다. 최근 3년간 영업이익률 평균이 과거 10년간 평균보다 15% 이상 감소한 기업이 대상이다.
어떤 기업이 원샷법의 수혜를 볼까.
신한금융투자가 과거 10년치 재무 자료가 있는 코스피 기업(676종목)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335종목(49.6%)이 원샷법 후보군에 포함된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37.6%가 해당한다.
한국경제 전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삼정KPMG가 국내 주요산업의 의사결정권자, 경제전문가와 회계 및 인수합병(M&A) 전문가를 대상으로 표적집단인터뷰(FGI)를 진행한 결과다.
기업들은 세계 1위 국가의 산업경쟁력을 100이라고 가정했을 때 한국의 산업 경쟁력이 현재 77.2 수준에서 79.7 수준으로 약 2.5포인트 향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과잉업종을 중심으로 M&A(인수·합병)이 이뤄지면 업종의 경쟁 강도가 완화되고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되며 대외 경쟁력도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원샷법 첫 적용 사례는 심사 등을 감안할 때 10월 말~연말 경이 될 전망이다.
자본시장연구원 신경희 연구원은 "공급과잉 해소 및 생산성 향상을 통한 경쟁력이 제고되고, 기업의 자율적 사업 재편을 통한 자본시장의 건전화와 경쟁력 강화에 긍정적 영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송재만 연구원은 "업황 부진 등으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오히려 모회사의 '꼬리자르기'식의 경영행태가 만연될 수 있어 자산관리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