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합헌 결정에 대해 재계와 법조계는 일단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재계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기업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상황에 우려의 뜻을 내비쳤다. 법조계는 이번 합헌 결정은 권력자들에게 언론에 대한 통제 수단을 준 꼴이 됐다고 주장했다.
우선 무분별한 수사로 인해 업계가 혼란스러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기업과 오너들에 대한 정부의 사정 역시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검찰의 수사권 남용과 함께 너무 포괄적인 적용범위로 인해 오히려 검찰측의 이해관계가 간섭될 우려가 크다고 외치고 있다.
반면 장기적 경제성장, 청렴도 향상, 변호사 수요 증가 등의 긍적정인 의견도 나왔다.
◆누가 먼저 걸리나…4분기 소비위축
재계는 김영란법이 시행되는 9월 28일부터 눈치싸움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적용범위와 수사방향 등이 애매한 상황에서 첫 사례를 보고 움직이겠다는 판단이다. 일단 올해 4분기에는 큰 규모의 소비위축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업 오너들을 비롯한 고위직들도 외부접촉을 피하고 활동을 줄일 전망이다. 한 재계관계자는 "올 4분기에는 확실히 모두가 조심할 것이다. 아직 샘플이 없기 때문"이라며 "특히 기업 오너들의 경우 검찰이 언제라도 걸고넘어질 수 있는 문제기 때문에 활동이 위축될 것이다. 소비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사례가 없기 때문에 일단은 안 쓰고 보겠다는 방침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20일 "사람들이 법 위반 사항도 아닌데 일단 소비를 줄이면서 경제에 상당한 피해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대관·언론대응 등을 담당하는 기업홍보실도 4분기에는 소비를 자제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측은 "우선 현재로선 큰 원칙 하나만 확고하다. 법이 만들어지면 철저히 지키겠다"고 전했다.
LG그룹은 "임직원들이 업무 수행 중 일어날 수 잇는 사례들을 점검하는 한편 국민권익위원회의 법규 해설집과 교육자료 등을 중심으로 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사내 교육도 계획하고 있다"며 김영란법에 각별히 주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김영란법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진단도 있다.
지난 5월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의 청렴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개선 될 경우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0.65%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물 수요 감소폭 역시 0.86%정도로 예상했다.
일시적인 소비 축소는 있겠지만 장기적인 영향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부 기업에서도 일부 대형 단체에 몰려있는 접대비 등이 오히려 분배돼 시장자체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커지는 정부·검찰 권력…기준부터 제대로 해라
법조계에서는 김영란법의 합헌 결정에 대해 의견이 갈리고 있다.
김영란법의 적용자체가 검사의 개인 역량에 크게 의지하는 만큼 검찰권 남용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이동명 전 한국법학회장은 "검찰과 정부에 가장 큰 권한을 주는 법"이라며 "특히 언론이 포함됨으로 정부 권력자의 언론통제 수단이 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이효은 대변인은 "헌재가 이번 합헌 결정을 내림으로써 권력자들에게 언론에 대한 통제 수단을 준 것이 되고, 이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심히 흔들리게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배우자에게 신고의무를 부여한 조항은 부부 사이의 불신을 조장하는 가정 파괴법"이라며 "부정청탁의 개념을 모호하게 규정한 조항을 합헌으로 판결한 것 역시 국민들 스스로를 위축시키고 경제를 침체시키는 원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측도 부정적인 입장을 제기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배우자가 포함되는 등 너무 대상이 광범위하다. 업무관련성을 판단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누구라도 잡고자 하면 잡을 수 있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변호사 수요 증가, 공직자 청렴도 향상 등의 긍정적인 측면도 거론됐다. A 변호사는 "검사장의 비리까지 나오는 등 공직자 비리가 만연하는 상황에서 적절한 법이다. 다만 그 주요 대상이 언론인, 사학으로 변질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