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힘들다'는 표현을 안 써요. 입에서 '힘들다'는 말을 꺼내는 순간 힘든 것을 몸으로 느끼게 되는 게 싫더라고요. 어느 순간부터 생각이 많아져서 더 바쁘게 활동한 적도 있어요. 그래도 제가 좋아서 선택한 길인 만큼 끝까지 좋은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 밖에 없어요."
현아(24)가 1년 만에 미니 5집 음반 '어썸(A'wesome)'으로 돌아온다. 여름이면 잊지 않고 가요계를 찾았던 현아지만 이번 컴백은 조금 특별하다. 그동안 현아와 늘 함께 했던 포미닛이 7년 동안의 활동을 공식적으로 마무리한 뒤 처음 선보이는 솔로 활동이기 때문이다. 걸그룹 멤버가 아닌 여자 솔로 가수로서 본격적으로 대중 앞에 서게 된 것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성수동 큐브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현아는 "포미닛 친구들과 함께 했을 때와 지금의 마음가짐에 대해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다른 점도 분명히 있겠지만 내게는 '연장선'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팀 해체 이후 처음으로 털어놓은 속마음이었다.
"속상한 것도 있었어요. 멤버들과 함께 노력해온 시간을 아예 없었던 일처럼 이야기하는 게 싫었거든요. 너무 많은 추측이 나오는 것도 그랬고요.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니 이런 말을 할 수 있겠더라고요. 7년을 한 가지 꿈을 바라보며 걸어온 친구들이 이제는 각자의 꿈을 응원해줄 수 있는 상황이 된 거죠. 그래서 각자의 꿈을 존중하면서 개개인의 활동을 포미닛 이후의 연장선으로 바라보며 응원해주시면 좋겠어요."
포미닛의 해체, 그리고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의 창립자 홍승성 회장의 사퇴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현아는 흔들리지 않고자 했다. 늘 그래왔듯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하자"는 생각으로 새 앨범을 준비했다. 복잡한 생각 속에서 내린 답은 "앨범에 더 많은 것을 신경쓰자"는 것이었다. 자신을 믿고 기다려주는 팬들을 생각하며 중심을 잡았다. 그렇게 총 6곡을 담은 미니 앨범 '어썸'을 완성했다.
이번 앨범은 현아가 그동안 발표한 '에이 토크(A TALK)' '에이플러스(A+)'에서 이어지는 'A' 시리즈 음반의 연장선이다. 앨범 타이틀은 '놀랄만한' '경이로운'이라는 뜻으로 '썸머퀸'다운 현아의 내공을 보여주겠다는 자신감과 각오가 담겨 있다. 현아는 6곡 중 5곡의 가사에 직접 참여해 자신의 이야기를 보다 솔직하게 담아냈다.
타이틀 곡 '어때?'는 힙합의 한 종류인 트랩 비트를 바탕으로 현아의 독특한 음색이 어우러진 노래다. "다양한 뜻을 담은 제목이에요. '오늘 어때?' '기분 어때?'처럼 안부를 물을 때 쓰는 말이잖아요. 노래에서는 남성에게 '나 어때?'라고 묻기도 하고 춤을 추면서 '너 기분 어때?'라고 묻기도 해요."
이번에도 현아는 '섹시함'을 콘셉트로 내세운다. 지난해 발표한 '잘 나가서 그래'와 비교하면 수위는 다소 약해졌지만 현아가 지닌 섹시함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현아가 늘 보여주고 싶어한 '건강한 섹시미'가 보다 잘 드러나는 노래다.
"'섹시하다'는 말이 제 이름 앞에 붙는 것이 점점 더 감사하게 느껴져요. 그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 노력하고 싶고요. 그렇다고 해서 '화끈하게 더 야해져 볼까'라는 건 아니에요. 제가 좋아하는 것을 많은 분과 공유하고 싶은 것, 그리고 부족함은 계속 공부해서 채워나가는 것이 먼저니까요. '섹시하다'는 타이틀도 그런 것 같아요."
새 앨범에 참여한 게스트 뮤지션도 눈길을 끈다. 브랜뉴뮤직 소속 래퍼 한해, 그리고 인디 신에서 유명한 선우정아 등이 그렇다. 현아는 "회사 대 회사의 전략적인 작업이 아니라 평소의 친분으로 자연스럽게 교류하면서 함께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발표하는 노래들의 장르적인 색깔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도 주목할 현아의 음악적 변화다. "음악적으로 고집을 부릴 입장은 아니라고 생각해요(웃음). 다만 예전에 했던 걸 또 하고 싶지는 않아요. 이미 해온 길을 반복해서 돌아가지 않겠다는 것이죠. '버블팝'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해서 그런 노래만 하면 새로운 걸 원하는 팬에게는 미안한 일이잖아요. 그만큼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어도 새로운 음악을 많은 분들과 계속해서 함께 나누고 싶어요."
원더걸스의 원년 멤버로 가요계에 발을 내딛은 현아는 올해로 데뷔 10년차가 됐다. 원더걸스와 포미닛을 지나 이제는 솔로가 됐지만 무대를 향한 현아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 "원더걸스와 포미닛 둘 다 현아의 삶 그 자체인 것 같아요. 현아의 공동체죠. 그리고 저는 어렸을 때부터 활동을 해서 변천사가 확실한 연예인 중 하나에요. 라이브를 못한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노래를 잘 소화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들었죠. 그런 걱정과 관심 속에서 매 앨범마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해왔어요. 그러면서 실력에 대한 갈증이 더 생기고 있고요. 지금은 그 숙제를 조금씩 풀어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