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사랑이 놀랍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내수부진 등의 영향으로 체력이 떨어지긴 했지만,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가 두텁다는 방증이다. 다만 글로벌 금융환경과 외환시세 차이를 이용한 재정거래(차익거래) 성격의 투자가 적잖다는 분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한국시장에 오랫동안 머물게 하고 발길을 돌리려면 '새로운 성장모델'과 '체질 개선'을 통해 한국경제를 한단계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 한국 증시 사는 외국인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97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6개월 연속 순매수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에 대한 투터운 신뢰가 배경으로 꼽힌다.
무디스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3에서 Aa2로 한 단계 상향하며 사상 최고 등급을 줬다.
또 3698억9000만 달러(6월 말 기준)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이 든든한 방어벽이다. 52개월째 경상수지 흑자(6월 121억7000만 달러)가 지속되면서 달러도 유입되고 있다. 월간 경상수지 흑자는 사상 최대 규모다. 종전 최대치였던 작년 6월(118억7000만 달러)보다 3억 달러 많다. 한국은행은 올해 950억 달러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를 예측한다.
외국에 갚아야 할 빚의 질도 나쁘지 않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5년말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단기외채를 준비자산으로 나눈 단기외채비율은 전년 말보다 2.5%포인트 하락한 29.6%로 2004년 이후(27.3%)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단기외채 비중은 경상수지·외환보유액과 함께 국가의 대외지급능력을 측정하는 3대 지표로 꼽힌다. 단기외채비율이 100%를 넘지않으면 안정적으로 평가된다.
대외채무에서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27.4%로 전년 말과 같았다.
덕분에 글로벌 증시가 침체의 늪에 허덕이며 쪼그라든 반면 한국 증시는 소폭 성장하면서 시가총액 규모가 세계에서 14위(지난해 말보다 2.3% 증가한 1조2595억 달러) 수준으로 커졌다.
◆ 외국인투자 삼성전자에 집중
현대증권 배성영 연구원은 "외국인 매수의 성격이 아직은 삼성전자 주도의 IT섹터에 편중(30%이상)되어 있다는 점이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기관 매물을 압도할 만한 대규모 매수세가 아니라면, 당분간 시장은 제한적인 상승 시도(지수 상단 2070포인트부근 전망)만 가능할 전망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유동성을 붙잡아 둘 '풀 팩터(Pull factor·흡인요인)'가 약하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은행의 '2016년 6월 국제수지'(잠정치)에 따르면 주식·채권 등 증권 투자의 순자산은 62억 달러 늘었다.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39억8000만 달러 증가했지만,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22억2000만 달러 감소한 영향이다.
외국인이 한국시장에 오랫동안 머물게 하려면 '새로운 성장모델'과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내놓은 '대한민국 주력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전자업의 경우 2010년 한국의 매출증가율은 25.55%로 4개국 중 가장 높았으나 2014년에는 4.10%를 기록해 미국 5.94%, 일본 6.68%, 중국 9.84%보다 낮았다. 해운, 화학, 자동차, 철강 등도 뒷걸음 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 안남기 연구원은 "국내증시에서의 외국인 순매수가 향후에도 좀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나 연말로 갈수록 다수의 대외 위험요인이 상존하고 있어 매도 압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현재 외국인의 국내증시 투자 움직임이 대외 리스크에 민감한 점을 감안해 주요국의 경제상황, 통화정책 변화, 돌발 악재 가능성, 여타 신흥국에서의 투자흐름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