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처교숙(生處敎熟)'.
"나는 단지 그대에게 생소한 곳은 익숙하게 만들고, 익숙한 곳은 생소하게 만들도록 권하고 싶다(我只勸?生處放敎熟, 熟處放敎生)." 명(明)나라 오지경(吳之鯨)이 지은 '무림범지(武林梵志)'에 나온다.
1일 설립 55주년을 맞은 IBK기업은행의 권선주 행장이 서울 중구 을지로 본점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임직원들에게 당부한 말이다.
생소한 것 앞에서도 손에 익은 일 처럼 당황하지 않고, 익숙한 곳 속에서 타성에 젖지 말라는 얘기다.
올해로 3년차인 그의 행보에는 거침이 없다.
지난 3년여 기간 동안 은행의 순이익은 물론이고 중소기업금융과 실적 등 여러 지표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IBK기업은행은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연결 기준) 6673억원을 올렸다. 기업은행은 "이자이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유가증권손익 감소 및 지난해 안심전환대출 수수료(160억원) 소멸 등 일회성 요인으로 순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하 등을 생각하면 잘한 장사다.
실제 기업은행의 2분기 순이자마진(NIM)은 전분기와 같은 1.91%를 유지했다. 기업은행은 "기준금리가 추가 인하됐지만 저원가성 예금 확대 등으로 조달비용을 낮춰 순이자마진을 안정적으로 관리했다"고 평가했다.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 비율은 전분기보다 0.08% 포인트 하락한 1.35%를 기록했다.
주위에서는 임기 마지막 해를 맞은 그에게 "그만 쉴때도 되지 않았냐"고 말한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물론 금융산업에 있어 2016년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쉬지 못한다.
취임 초기 얘기한 "2016년까지 총자산 260조원을 달성해 '글로벌 100대 은행'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라는 꿈도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 기업은행은 현재 총자산 기준 글로벌 101위에 올라 있다. 권 행장이 온 후로 두 단계나 뛰어 올랐다.
이날 권 행장이 ▲비대면 채널 강화 ▲핀테크, 자회사와의 융·복합으로 새로운 기회 창출 ▲동남아 시장 공략, 중소기업 해외진출 지원 등 글로벌 전략 등을 강조한 것도 글로벌 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한 꿈을 실현하고 싶어서다.
권 행장은 "비대면 상품판매 비중 40%, 자회사를 포함한 비이자 이익 비중 20%, 해외 이익 비중 20%를 향해 나아가자"고 말했다.
권 행장은 또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은행원의 역할이 고객의 성공과 행복을 돕는 '금융 컨설턴트'로 바뀔 것"이라며, "자산관리 역량을 키워 창업·성장초기 기업에 대한 컨설턴트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나가기 위한 조직도 재정비 했다.
지난달 14일 권 행장은 하반기 400여명을 승진시키는 등 임직원 1700여명의 인사이동을 하루 만에 마무리 짓는 '원샷인사'를 단행했다.권 행장의 파격적인 인사는 그 동안 기업은행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왔다는 평을 받고 있다.
1961년 설립된 기업은행은 55년 동안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면서도 은행의 규모를 키우고 우량한 실적을 내는 등 내실 있는 성장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국제은행 통계사이트 뱅크스코프(Bankscope)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기업은행은 기본자본(Tier 1)을 기준으로 한 세계 100대 은행에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 우리은행, 농협 등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