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광복절 특사에 정치인과 경제인을 대폭 축소하거나 제외시킬 예정이다. 박근혜 정부들어 세 번째인 이번 특별사면에는 생계형 사범 등이 사면 주요 대상자가 될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남산N타워에서 보이는 청와대와 SK그룹 본사의 모습/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주문한 8·15 광복절 특별사면(특사)이 서민과 자영업자 등 생계형 사범 위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정·재계 인사들이 연루된 잇단 추문으로 여론이 악화된 만큼 이들에 대한 사면은 최소화될 전망이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청와대는 오는 11~12일께 박 대통령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사면안을 최종 확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는 조만간 구체적인 사면·복권 기준과 대상자를 논의할 예정이다.
법무부 등은 이번 특사에서 정·재계 인사에 대한 사면을 대폭 축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광복절이 보름도 채 남지 않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새누리당에 정치권 사면대상자를 추천받지 않고 협의하지 않으면서 이 같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사면을 받을 만한 마땅한 대상자 역시 없다는 점도 전망에 힘을 싣는다.
특히 박 대통령은 그간 사면에 대해 엄격한 기준과 원칙을 고수해 왔다. 실제 집권 후 두 차례 특사에서 단 한 명의 정치인을 포함한 적이 없다. 지난 해 광복 70주년에도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사면은 이뤄지지 않았다.
경제인을 대상으로 한 사면 역시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 대통령이 그간 '대내외 경제위기'를 사면 배경으로 직접 언급한 만큼 여론의 비판을 피할 수 있는 중소기업인 등이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재계 총수 등에 대한 사면 폭은 최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기업인에 대한 사면이 불황의 늪에 빠진 경제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통큰 사면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은 최근 '전경련 CEO 평창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광복절 특사와 관련해 "가능한 한 많은 기업인들이 사면을 받아 경제활동을 재개하고, 경제에 보탬이 되도록 했으면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허 회장은 특히 지난해 박 대통령이 최태원 SK회장 등 경제인에 대한 첫 사면을 실시한 것과 관련, "경제에 보탬이 됐다"고 평가하며 "(이번 특사에도) 누가 봐도 이 사람은 나가도 되겠다 하는 사람은 사면해 주셨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지난달 21일 대한상의 하계포럼에서 "기업인이 좀 많이 사면되어서 경제활동에 복귀했으면 하는 바람을 당연히 갖고 있다"고 밝혔다.
정·재계에서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최근 가석방된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이 복권 대상자로 유력시되고 있다. 최 부회장의 경우 이미 지난 달 가석방된 상태여서 복권을 통해 경영 일선에 복귀시킬 경우 고용 창출과 경제위기 대응에 기여할 수 있다는 명분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현 회장의 경우 박근혜 정부의 주요 정책 기조인 '문화융성'에 큰 역할을 해오고 있는 데다 최근 앓고 있는 유전병이 악화됐다는 점에서 사면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계속된 구속집행정지로 사실상 복역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 관건이다.
김정주 NXC(넥슨 지주 회사) 회장 등 기업 오너들의 잇단 추문으로 여론이 악화된 것 역시 경제인 사면 축소에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 역시 친박(친박근혜)계 인사 등 주변 인물들에 대한 잇단 의혹으로 조기 레임덕(집권말기 권력누수)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정·재계 사면은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번 특사는 주로 생계형 사범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대내외적 경제 위기 상황과 민생의 어려움을 언급하면서 사면 방침을 밝힌 만큼 당연히 생계형 사범 위주로 대상자가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음주 운전자에 대한 사면은 최근 음주·졸음운전에 따른 대형 인명사고가 잇따랐다는 점에서 평소보다 규모가 감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경미한 사고를 일으킨 초범 생계형 운전자인 경우 등에 한해 선별적 구제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