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고와 관련, 유해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옥시레킷벤키저(옥시·현 RB코리아) 신현우(68) 전 대표가 질병관리본부의 결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을 법정에 세워 달라고 요구했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최창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2회 공판에서 신 전 대표 측 변호인은 "(역학조사 내용에 대해) 전문가의 설명을 듣는 방식으로 증거조사를 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특히 "재판부도 재판 초기 '과학적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고 언급한 뒤 "서류만 제출하고 보고서 내용이 입증됐다고 하기보다는 입체적으로 입증하면 (가습기 살균제와 피해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요청에 따라 재판부는 역학조사에 참가한 핵심 전문가들을 증인으로 불러 조사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와 과학적 타당성 등을 직접 확인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법정에 부를 전문가와 증인신문 일정은 이달 8일 결정될 예정이다.
앞서 신 전 대표 측은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질본의 2011년 8월 역학조사 결과를 '증거 부동의'(증거로 쓰는 데 동의하지 않음)했다. 이 보고서는 가습기 살균제를 폐질환 원인으로 지목했다.
한편 신 전 대표는 2000년 안전성 검사를 거치지 않고 독성 화학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함유된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을 개발·판매해 사망자 73명을 비롯한 181명의 피해자를 낸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로 지난 6월 구속 기소됐다. 이와 함께 제품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체 무해', '아이에게도 안전' 등 허위 광고를 한 혐의(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도 받고 있다.